분양가 공개의 반시장성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시장경제 사수론’이 여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 부총리는 지난20일 기자들과 만나 아파트분양원가 공개 등을 언급하며 “요금은 진짜 시장경제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상황이 어려워도 시장경제가 자리를 잡아야 나라가 살 수 있으며 내가 경제부총리로 있는 한 순리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말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고강도 경고나 반발로도 읽혀질 수 있는 발언이다.

이 부총리가 오죽했으면 “시장경제가 자리를 잡아야 나라가 살 수 있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을지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된다. 도대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라는 반시장적 주장에 정치권 특히 여당이 이토록 전혀 쓸데없는 소모전을 일삼으며 국력을 소진시키는 저의가 무엇인가. 그래서 얻는게 무엇이란 말인가. 여당과 정부는 지난14일 당정협의를 갖고 공공택지에서 공공기관 및 민간이 공급하는 25.7평이하 아파트는 원가연동제를 적용하고 분양가 주요항목을 공개하며, 25.7평초과 아파트의 경우는 채권입찰제를 시행하되 공공아파트는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민간아파트는 택지공급가격만 공개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한마디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선택으로 얄팍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속셈 같은데 포수가 너무 어리석어 보인다.

원가연동제로 이미 분양가 인하효과가 있는데 굳이 분양원가의 일부 항목을 공개하겠다고 집착하는 모습이 구차해 보인다. 일부 항목이라도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분명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조치다. 분양가 산정은 각 기업의 노하우에 속하는 영업비밀이다. 정부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법적인 처사인지, 위헌여부를 따져야할 사안이다. 여당이 분양원가 공개에 그토록 자신만만하다면 수입고가 자동차에 대해선 왜 원가공개를 요구할 용의가 없는지 한번 묻고 싶다. 21세기 동북아중심국이 되겠다고 외쳐대는 국가에서 이 무슨 추태인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25.7평 초과 민간아파트에 공급되는 택지 가격을 공개할 경우 벌어질 파장도 결코 만만할 것 같지 않다. 정부가 농민 등 토지소유자들에게서 헐값에 강제 수용한 토지를 아파트건설업체들에게 몇배씩 뻥튀기해서 판매할 경우 토지를 수용당한 지주들의 강렬한 반발을 초래할 건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지금 인천 백석동 택지개발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주택공사와 지역 주민들간의 대립은 향후 토지수용 갈등의 단면을 미리보여주고 있다. 주공은 지난1월 백석동 한들마을 18만평에 5천800가구의 아파트를 짓기위한 택지지구지정 제안서를 건교부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이에대해 “공공기관에 의한 택지개발은 감정평가로 보상을 실시해 주민들이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보게 되고, 그에 따른 수익은 타 지역을 위해 쓰이게 될게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차라리 우리 스스로 택지를 조성하는게 낫다”며 최근 택지개발을 위한 조합을 구성했으며 토지면적의 3분의2 이상, 토지주의 2분의1 이상이 찬성하면 자체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시개발법이 명시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파트분양가를 강제로 낮추면 당첨자들은 로또복권의 행운을 잡을지 몰라도 그 복권은 결국 땅주인 등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빼앗은 것 밖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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