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공기질 배상결정 무리 아닌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아파트 입주자의 피부염을 이유로 시공사에 대해 303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새집증후군에 대한 첫 배상결정이란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신축시 소음·진동 피해나 층간 소음 등에 국한했던 아파트 관련 환경분쟁이 이번 결정을 계기로 두통·피부염 등 새집증후군 관련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때문에 두통·피부염 등에 시달린다는 새집증후군은 일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보호원이 지난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축아파트 입주자 45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6.5%가 가족중 1명이상이 새집증후군 증세를 보였다고 대답했다. 이중 주부가 30%, 영유아가 20.6%였다. 증세는 ‘눈이 따갑거나 건조하다’(44.8%), ‘잦은 기침 등 목 관련 증세’(36.4%), ‘원인 모르는 발진, 가려움 등 피부질환’(36%) 순이었다.

정부 조사결과는 더 심각했다. 환경부가 올해초 두달간 지은지 1년 이내인 전국 아파트 90가구를 대상으로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등 유발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농도를 조사한 결과 42가구(46.7%)가 일본 권고기준(100㎍/㎥)을 초과했다. 평균농도는 105.4㎍/㎥였고 울산의 한 가구는 308.5㎍/㎥에 달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질중 간, 혈액, 신경계 유해물질로 알려진 톨루엔은 환경부 조사에서 87가구중 12곳(12.8%)에서 일본 권고기준(260㎍/㎥)을 넘었다.

주택건설업체들은 앞으로 실내공기질 개선에 더욱 노력할 수 밖에 없지만 이번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결정엔 분명 무리가 있다. 아파트 실내 오염물질로 인한 새집증후군 피해 가능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포름알데히드 등 정부의 기준 설정도 없는 상태에서 주택업체에게만 배상책임을 물은 것은 불합리하다. 문제의 주택업체는 정부가 정해놓은 여타 기준에는 모두 맞춰 가장 친환경적인 소재를 마감재료 사용, 시공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기준도 정해지지 않은 유해물질 발생을 들어 배상 결정을 내린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대규모 점포, 지하상가, 찜질방,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은 유해물질 농도 유지기준과 권고기준을 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아직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공동주택 입주가 시작되기 전에 유해물질 농도를 측정해서 공고하도록 의무화했을 뿐이다. 이번 환경분쟁조정위 배상결정도 세계보건기구 및 일본의 권고기준이나 국내 다중이용시설 권고기준을 근거로 이뤄졌다. 환경부는 실태조사와 외국사례 분석을 통해 내년이나 돼야 신축공동주택의 실내공기질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앞으로 기존 준공아파트 입주민들이 새집증후군 피해를 호소해올 경우 비슷한 배상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문제된 아파트는 친환경제품으로 평가받은 KS인증 자재들만 사용했다고 시공업체는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아파트들도 이보다 실내공기질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기준을 정해 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존 준공아파트에 대해 새로운 처벌 기준을 소급 적용한다면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하루빨리 소비자와 건설업체들이 수긍할 수 있는 기준치를 제시해야 한다. 자칫 주택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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