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공유경제가 유행입니다. 공유경제에서 발생하는 관계는 임대차계약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임대차관계에서 사무실이나 장비에 화재 또는 고장이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에 관해 201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고, 같은 취지의 최신 판례가 선고돼 소개합니다.

임대한 사무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2, 3층까지 화재가 번졌던 사안입니다. 목적물이 소멸돼 목적물을 반환할 수 없는 경우, 임차인이 자신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이행불능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도 목적물이 소멸된 것은 아니지만 같은 논리에 따라 임차인이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합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임대인이 관리하는 영역에 있던 문제로 불이 난 경우 임차인이 그 하자를 알고 있거나 몰랐더라도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불이 주변에 번진 경우입니다. 과거 대법원은 화재가 발생한 부분과 구조상 분리할 수 없다면, 임차인이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판례변경을 통해 임차한 부분이 아닌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위반을 입증하고, 의무위반과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전원합의체 판결).

의료설비와 같은 장비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됐습니다(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8다291347 판결). 피고는 의료장비를 빌려서 쓰던 도중 고장이 발생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고, 임대인은 장비수리 후 피고에게 수리비를 청구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장비가 정상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임대인에게 있기 때문에 수리비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장비가 고장이나 훼손돼 임차인이 장비를 반환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로 봤습니다. 장비 고장이 임차인의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발생한 것을 임차인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반환을 하지 못한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단, 임대인이 관리하는 영역에 있었던 하자로 인해 장비고장이 발생한 것임을 입증한다면 임차인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법리는 악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집이나 기계를 빌렸다가 돌려준 후 임대인이 이러저러한 이유를 내세워 하자가 생겼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증명책임이 임차인에게 있으므로 반환 당시의 상태를 정확히 남겨주지 않으면 임차인은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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