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창 원장의 ‘계약·원가 관리 실무’ (14)

지난 기고를 통해 우리는 계약상대인 원사업자나 발주자가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가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로 볼만한 여지가 충분해 계약이행에 대한 항변권을 가지며, 이에 따라 계약이행에 대한 거부가 가능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만약 계약상대인 원사업자나 발주자가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가 없는 상태에서 기성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떨까? 아울러 계약금액 조정을 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정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계약이행의 거부가 가능할까?

관련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위와 같은 불안의 항변권을 발생시키는 사유에 관해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와 같이 채권자측에 발생한 객관적·일반적 사정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 특히 상당한 기간에 걸쳐 공사를 수행하는 도급계약에서 일정 기간마다 이미 행해진 공사부분에 대해 기성공사금 등의 이름으로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돼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의 일회적인 급부가 통상 선이행돼야 하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서와는 달리 위와 같은 공사대금의 축차적인 지급이 수급인의 장래의 원만한 이행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제된 측면도 있다고 할 것이어서, 도급인이 계약 체결 후에 위와 같은 약정을 위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기성공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로 인해 수급인이 공사를 계속해서 진행하더라도 그 공사내용에 따르는 공사금의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지급받을 것을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돼서 수급인으로 하여금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게 됐다면, 비록 도급인에게 신용불안 등과 같은 사정이 없다고 해도 수급인은 민법 제536조 제2항에 의해 계속공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2.28. 선고 93 다53887 판결, 대법원 2005.6.11. 선고 2003 다60136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고 있다.

건설공사계약은 서로 의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雙務契約)이다. 공사비를 줘야 하는 의무를 진 계약상대인 발주자와 원사업자도 이를 이행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의무이다. 열심히 일한 대가는 당당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건설관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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