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각지에 혁신도시가 준공된 지 어느덧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수도권 소재 110개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분산 이전됐고 거주인원도 지난해 말 기준 19만2000여명으로 늘었다. 도심에는 번듯한 건물이 올라가고 주민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도 생겨나는 등 일견 외형적으로는 제대로 된 도시의 모습을 갖춰가는 듯하다. 실제로 지방의 세수가 늘어나는 등 지역발전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해가 지고 난 혁신도시는 메인상권을 제외하면 왕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말에는 적막이 감돌고 불 꺼진 아파트와 폐업, 임대, 매매 등을 안내하는 상가만이 방문객을 반길 뿐이다. 부족한 정주여건으로 많은 공공기관 직원과 외부인들이 아이들 교육이나 의료문제 등으로 가족동반 이주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터전을 옮긴 공공기관 직원 중 가족단위 이주율은 62%이며 가장 낮은 혁신도시는 38.7%에 불과하다. 출퇴근하거나 평일에 잠시 머무는 이들이 많다 보니 밤과 주말에는 텅 빈 유령도시가 돼 버리는 것이다.

지금의 혁신도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근본원인은 앞서 기술한 대로 교육, 의료시설부터 교통, 문화, 여가시설 등에 이르기까지 턱없이 부족한 생활인프라에 있다. 제대로 된 정주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불편뿐 아니라 새로운 인구유입과 혁신도시의 성장·발전에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를 보면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혁신도시 정주여건 확충을 위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혁신도시의 활성화에 따라 인근 구도심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일명 빨대효과로, 혁신도시에 대한 투자가 늘고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기존 구도심의 인구와 경제력을 대거 흡수하는 등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근 지자체는 물론 같은 지자체 내에서도 빈집이 늘어나고 상권이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혁신도시와 인근 기존 도심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황폐화돼가는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고 혁신도시의 효과를 함께 누리기 위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본 의원이 발의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혁신도시의 교육·문화·체육·청소년·사회복지시설 등 공공시설의 보급 확대 △국가도로 및 철도망구축계획과 연계한 교통망 확충 △혁신도시 인근 중심지에 대한 피해 조사 및 이에 대한 상생발전 지원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혁신도시와 인근 구도심이 함께 상생하며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혁신도시의 성공은 수도권 중심의 일극집중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자 마중물이다. 다핵거점형 발전으로의 재편을 통해 국가발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정부 부처와 각계 전문가가 힘을 모아 치열하게 고민하고 국가적 관심과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함께 혁신도시가 지역의 자립기반을 구축하고 주변과의 상생발전을 견인하는 명품혁신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유한국당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충북 증평군진천군음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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