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한 명 한 명은 ‘을’(乙)이어도 노조는 ‘갑(甲) 중의 갑’이다. 막가파식 파업에 열불이 나지만 정부, 경찰도 노조 눈치를 보는 판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가 전국 현장의 대형 타워크레인 2500여대를 점거하고 총파업에 들어간 지난 6월4일 만난 한 건설사의 임원은 무기력해 보였다. 다행히 파업은 이틀 만에 끝났고, 건설사도 한숨 돌렸지만 뒷맛이 영 찜찜하다.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는 안전상의 이유 등을 들며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를 요구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소형 타워크레인이라고 특별히 안전사고가 더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형 타워크레인은 조종사가 타워에 올라가지 않고 리모컨으로 조정이 가능해 더욱 안전하다. 비용도 싸다. 그래서 2013년 13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808대로 크게 늘었다.

이렇게 된 데는 대형 타워크레인 노조의 ‘갑질’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양대 노총이 자기 노조원 고용을 강요하고 대체인력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사측을 괴롭히자 비노조원인 소형 타워크레인을 더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양대 노총이 겉으로 안전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비노조원을 쫓아내 제 밥그릇만 지키려 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파업은 또 재발할지 모른다. 이번엔 양대 노총이 한데 뭉쳐 비노조원을 겨냥했지만, 이들이 서로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개포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서로 자신의 조합원을 채용하라며 맞붙었다.

건설노조의 부당요구와 공사방해, 폭력행위 등의 불법 행위가 심각하다. 건설사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응할 경우 집회, 각종 고소·고발 등 더 큰 보복행위가 두려워 몸을 사린다. 건설현장에선 노조가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이란 말이 나돈다. 무차별적으로 신고·민원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노조의 불법·부당행위를 근절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절실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수방관이다. 건설사가 정부 기관에 신고하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경우가 많아 건설사는 신고보다는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고, 노조는 더 큰 요구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공권력이 무기력하다는 게 더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대낮 광화문 한복판에서 경찰이 노조원에게 끌려다니며 몰매를 맞는 나라가 돼 버렸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도 노조 봉쇄로 불발됐다. 현대중공업이 실사를 포기하고 돌아선 날 “집주인이 자기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는 조선업계 관계자의 자조 섞인 농담이 들렸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56%를 보유한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을 결정해놓고도 자회사 살림살이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빗댄 말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이다. 회사가 무너지면 노조원의 밥줄도 끊긴다. 그 전에 노조가 먼저 붕괴될지도 모른다. 파업 집행부에 맞서 노조원들이 백기를 들고 투항한 르노삼성자동차 사례가 있다. 정부도 정신 차려야 한다. 노조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다간 경제가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시급하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는 게 또 제대로 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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