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초거대 생활권인 수도권의 교통에 대해 어떻게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필자 주위의 사람들은 절대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엉망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출퇴근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소한 필자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서울로 출퇴근을 한 지 거의 20년 동안 자동차 전용 도로는 물론 대중 교통망까지도 새롭게 건설된 인프라가 전무하다.

물론 사는 지역이 수도권의 서부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은 사정이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최근 발표된 새로운 수도권 교통망 중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GTX 3개 라인이다. 그 중 두 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아 마치 곧 공사가 시작돼서 수년 내에 완공될 듯이 이야기된다. 그러나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경험이지만 이리저리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공사기간과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일쑤이다. 더 큰 문제는 다음 정권에서 충분한 재원 조달을 장담할 수 없다. 아마 기존계획을 훨씬 넘어 10년 내 완공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분간 수도권에 새로운 교통 인프라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어느 나라든 수도권의 인구 밀집으로 발생하는 교통난은 심각하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인 2580만명(서울 977만명, 경기 1308만명, 인천 295만명)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또 수도권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권역 내 이동성은 상당히 높다. 그 해결책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밀집된 인구를 강제로 멀리 내쫓든가 아니면 인구수에 맞는 교통망을 건설하든가이다. 아마 세종시로의 행정타운 이전은 그러한 인구 밀집을 완화시켜 보자는 생각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이 가지는 의미는 행정이 아니라 경제라는 점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모이는 이유는 금융, 상업 등의 경제력이 집중되고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 집중된 경제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서 견고하게 구축된 것이다. 행정 기능을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해서 수도권 입지 규제를 한다고 해서 경제력의 집중을 막을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을 막을 수 없다면 수요에 맞는 공급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지옥으로 가는 전철과 주차장이 돼 가는 도로 문제를 완화시켜주는 것이 교통 당국의 존립 목적이다.

언젠가 일본 도쿄의 지하철 및 철도망을 본 적이 있다. 서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무수히 많은 노선들이 만들어져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 수도권 철도망은 거기에 비하면 애들 장난 같다. 개인적인 출퇴근 길의 경험에 바탕을 둔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수도권 교통망은 충분하지 않다. 턱없이 모자란다. 그 턱없이 모자란 교통난의 주된 원인은 ‘만만디(慢慢的)’ 교통정책에 있다고 본다. 가양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 만들어지고 있는 월드컵대교는 착공한 지 10년이 다 되도록 교각만 흉물스럽게 서 있다.

더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창덕궁 앞에서 원남동 사거리로 넘어가는 공사 구간이 그것이다. 공사 명칭은 ‘창경궁~종묘 율곡로 터널화’이다. 원래 그 길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창경궁과 종묘 사이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공사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창경궁을 연결하고 그 밑으로 터널을 만든다는 좋은 취지를 가진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공사구간이 채 수백 미터에 불과한데도 공사 기간이 10년이 다 돼 가고, 앞으로도 언제 완공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에 착공해 1970년에 완공했다. 불과 수백 미터 공사에 경부고속도로 4개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너무하지 않나?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가게 해주는 것이 교통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지만 서울의 어떤 교통정책 담당 공무원이 교통정책의 핵심은 차를 가지고 서울에 진입하는 것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교통망을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는 발상이 참 신선(?)하다.

여하튼 출퇴근 시간은 2년 전보다 더 늘어난 것 같다. 국민의 삶의 질이란 멀리 있지 않다. 저녁이 있는 삶도 좋지만 이렇게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다면 길에서 저녁을 보내야 한다. 다음 선거 때에는 정말 출퇴근 시간을 단축시켜 줄 수 있는 교통전문가를 뽑고 싶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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