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에 부동산 시장이 출렁였다. ‘규제 일변도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생기나’라는 질문이 부동산 온라인 게시판에 쏟아졌다. 

이번 정부의 주요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장 자리지만 ‘김수현’이라는 이름이 주는 부동산 편향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다.

그의 이임 소식과 거의 동시에 그의 새로운 자리를 예상하는 지라시가 돌았다. 소위 ‘김수현 국토교통부 장관설’이다. 김현미 현 장관은 총선을 위해 나가고, 김수현 전 실장이 자신의 본업인 부동산 정책을 오롯이 맡아, 다시 들썩이는 서울 집값을 내리누르겠다는 그럴듯한 시나리오였다.

지라시가 퍼지자 김현미 장관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간부회의에서 “진행 중인 중요한 부동산 정책이 많아 책임이 막중하다”며 장관직을 이어가겠단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김 전 실장도 앞서 청와대 관계자에게 “당분간 쉬면서 학교에서 강의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수현 등판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장관 하마평을 담은 지라시에 정부가 직접 나서 사실무근임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가뜩이나 서울 집값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김수현 장관설이 불거지자 더 규제가 강해지기 전에 집을 사야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수현 등판론을 둘러싼 일련의 촌극은 ‘부동산 규제 공화국’으로 불릴 만한 현 실태를 반영한다. 실물경제가 아무리 어려워져도 서울 집값은 어떻게든 잡겠다는 정부 스탠스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헛소문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규제를 피해 미리 서울에 집을 사겠다는 힘센 수요는 정부가 직접 나서 헛소문을 해명하게 했다.

문재인 정부는 첫 시작부터 “서울 집값을 잡으면 피자를 쏘겠다”며 최우선 정책과제로 부동산 시장 규제를 천명했다. 이후 고가주택에 대한 세금을 올리고 주택 대출을 옥죄는 것은 물론 재건축조합에 대한 압박을 줄곧 강화했다. 독점보증권을 쥐고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그 기준을 더욱 강화해 ‘로또아파트’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유약하고 단순하지 않다. 정부의 융단폭격 규제 속에서도 서울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뛰면서 전고점을 넘보고 있다.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5일 기자들을 만나 26분간 13차례나 ‘경제학자’라는 말을 언급할 정도로 본인이 경제학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학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희소성의 원칙(욕구에 비해 자원이 부족해 항상 선택해야 한다)’을 언급하며, “얻는 것과 잃은 것을 비교형량하는 게 경제학자의 본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미국 대공황에 맞서 싸운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빗대면서 “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용적으로 기민한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너무 독한 살충제를 매일 뿌려대면 열매가 상할 뿐 아니라, 내성이 커져 아예 못 쓰는 땅이 된다. 악화일로인 지방 주택시장에 규제를 풀고, 재개발·재건축 확대를 통해 서울 시내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변화가 부동산 시장에서 자생적인 유기농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매일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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