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을 상속할 때 상속세를 최대 500억원 깎아주는 제도다. 그동안 사후관리 요건이 너무 까다롭고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후관리 요건은 왜 이렇게 까다롭게 됐을까? 1997년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1억원 한도에서 공제해줬다. 그런데 수차례에 걸친 법 개정을 통해 대상과 공제한도 등 혜택을 확대하는 대신, 고용유지 등 사후관리 요건을 강화해 왔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달 11일 당정협의를 통해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급격히 변화하는 기업의 경쟁 환경을 감안해서 사후관리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동일 업종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내 소분류에서 중분류로 넓히기로 했다. 한편 대상 기업 매출 기준과 공제한도는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최근 들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해주는 동시에 대상 기업 매출기준과 공제한도 역시 각각 1조5000억원, 2500억원으로 5배나 늘리자는 법안들도 발의되고 있다.

사후관리 요건이 너무 엄격하고 까다롭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문제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길을 터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제출한 세무조사 결과를 보면, 매출 500억원 이상 법인 및 사주 일가의 탈세가 매년 꾸준히 늘어 2017년에는 2조8000억원에 달했고, 이는 전체 탈세 금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과 공제한도를 확대하면, 그것은 대기업에 대한 세금 특혜이고 합법적인 부의 세습이 가능토록 해주는 것이다.

한편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은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가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공제 규모가 큰 반면, 사후관리가 상대적으로 까다롭고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본 의원은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해주는 대신, 대상 기업의 매출기준을 3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공제한도 500억원을 100억원으로 축소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우리는 일본에서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납부유예’만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는데도 가업승계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가 우리에게는 일본, 독일과 같이 강한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닌지, 중소기업이 제대로 경쟁력을 갖출 환경이 조성되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닌지 그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18년도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5000개 대기업 중 2400여 곳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기술 유용, 부당 반품, 납품단가 인하 압박 등 부당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원가를 절감하면 납품단가 후려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다른 기업에 넘겨줘 단가경쟁시키는데 어느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을 하겠나?

이처럼 중소기업이 어렵다보니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진 중견기업으로 대상을 늘리고 공제한도도 높여 주려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가업상속공제제도 당초 도입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자식들에게 상속을 해야만 100년 기업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다시 살펴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서울 성북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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