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온통 잿빛이다. 성장률·투자·수출 어느 지표를 보더라도 마이너스뿐이다. 작년 12월 이후 7개월째 이어지는 수출 감소 행진에 더해 내수마저 싸늘하게 얼어붙은 결과다. 미·중 무역갈등에 더해 이제는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시작돼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대내외적으로 이렇게 어려운데 뚜렷한 타개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냉랭한 민심은 가장 최근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1주일 전에 비해 3.5%포인트 낮췄다.

이런 때 정부가 서둘러 할 일은 혹시나 한국 경제를 발목 잡는, 또는 국민의 원성을 사는 규제나 불합리한 정책이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또 만일 있다면 이를 즉각 혁파해 기업과 가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 정부가 시장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뛴다는 시그널이라도 줘야 경제에 힘이 된다.

다행히 최근에 대통령이나 경제장관 등이 재계 인사들과 만나 소통을 늘리고 의견을 청취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정권 초와 달라진 모습이다.

그런데 유독 이런 분위기와 영 딴판인 분야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여전히 ‘규제 고수’, ‘규제 강화’ 한 방향으로만 뛰는 것을 말함이다. 7월15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위한 시행령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 효과가 높다. 반면 공급자 입장에선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민간택지 개발 사업비용 인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일각에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주택공급을 줄여 오히려 집값을 더 불안하게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부가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해 추진하는지도 의심스럽다. 김 장관의 언급이 있던 바로 그 날 정부 경제사령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현재로선 (분양가상한제를) 언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말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이미 기정사실로 한 김 장관의 말과 뉘앙스가 많이 다르다.

시장에 막대한 파급을 미칠 정책은 관련 부처 간에 긴밀히 협의한 뒤 공개돼야 한다. 김 장관은 더군다나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장관직을 떠날 사람이다.

정부는 업계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최근 한 해외건설 현장에서 만난 직원은 해당 공사가 종료되면 더 옮겨갈 곳이 없어 착잡한 마음으로 귀국을 준비 중이었다. 귀국하면 본사에서도 딱히 할 일이 없어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한국 건설사 수주가 줄어든 것은 중국 등과의 경쟁도 경쟁이지만 주52시간 근로제 등의 시행으로 자체 경쟁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관련단체 설명을 들어보면 해외건설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플랜트의 경우 공기준수가 생명으로, 주52시간에 맞춰야 하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다.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경우 한국 건설사와 미국의 건설사가 조인트 벤처로 공사를 하는데, 주60시간을 일하는 미국 회사와의 협업에 문제가 생겼다.

건설업계가 주52시간제를 준수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단지 법 시행 전인 2018년 7월1일 이전 공사는 종전 근로시간(68시간)을 적용하는 특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요구인데, 건설업계가 아우성치기 전에 정부가 먼저 대안을 마련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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