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재판에는 돈이 많이 듭니다. 각 심급마다 인지대, 송달료, 변호사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건설사건의 경우 감정료, 기타 증거수집 비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3심까지 거치면 돈뿐만 아니라 소요되는 시간 역시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길고 긴 재판 끝에 결국 손에 쥐는 것은 없는 때가 허다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재판 결과에 승복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재판 과정이나 결과 모두에 대한 만족도 또한 낮습니다. 사법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소송 이외의 분쟁해결절차(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other than Court Adjudication)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ADR은 협상, 중재, 알선, 조정 등으로 구분되며, 이 중 중재는 중재인의 판정에 따른다는 점에서 판결과 가장 유사한 모습을 띱니다. 건설중재에 관한 유일한 ADR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은 중재 외에 알선·조정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과 기능은 바로 중재입니다.

중재에는 장점이 많습니다. 중재판정은 기본적으로 분쟁 당사자 사이에서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 소송은 평균 2~3년이 걸리지만, 중재는 국내중재에 약 5개월, 국제중재에 약 7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신청금액에 따라 차등을 둔 중재관리비용은 기본적으로 소송비용보다 저렴하며, 중재는 단심제이기 때문에 3심제에서 각 심급마다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재판절차에 비해 비용 면에서도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재판절차에서 판사를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는 없지만 중재절차에서는 중재인 선정에 당사자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됩니다. 중재심리는 비공개가 원칙이므로 영업비밀이나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큰 사건의 경우 중재절차에 따르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많습니다.

중재의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여전히 그 활용도가 높지 않습니다. 중재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데에는 ‘낯섦’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대한‘상사’중재원에서 건설중재를 한다는 사실부터 직관적으로 잘 와닿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다양한 장점을 고려할 때, 건설분쟁의 당사자로서는 법정의 문을 두드리기 전에 먼저 중재를 통해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지부터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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