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창 원장의 ‘계약·원가 관리 실무’ (23)

건설분쟁은 감정절차를 두고 있으나 감정인이 원고나 피고를 대리해 감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비용 등을 청구하는 원고의 경우에는 청구취지의 타당성과 청구금액의 적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감정절차에도 적극적인 준비와 대응이 필수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사감정(私鑑定)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감정이란 사적인 감정이라는 의미로서, 법원에서 지정한 감정인이 아닌 원고나 피고가 사적으로 수행하는 감정을 의미한다.

사감정은 분쟁 당사자 중 일방이 의뢰해 수행한다는 점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자료로 인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분쟁 예방 및 감정대응에 있어 장점이 충분해 최근 건설분쟁에서는 사감정을 준비하는 경향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사감정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두 가지로 요약 설명한다.

첫째, 사감정은 감정결과에 반영될 수 있는 입증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준비작업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대체로 건설분쟁에서 입증자료는 분쟁발생당시에 확보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준공된 후 소송이 진행되면서부터 자료를 찾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러다 보면 공사 수행 중 입증자료 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결국 사후약방문에 그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현장관리자라면 반드시 분쟁발생 당시에 사감정을 통해 청구취지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입증자료 등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분쟁에서의 승소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준비된 사감정은 법원에서 지정한 감정인이 수행하는 감정절차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역할을 한다. 감정인은 현장조사 및 현장에서 수집된 자료를 통해 감정사항에 대한 결과를 제출하는데, 사감정 보고서에 필요한 입증자료가 충분하고 명백하게 잘 구성돼 있는 경우 사감정에서의 자료를 활용해 감정결과에 반영하기 용이할 것이므로 준비된 사감정은 감정결과를 합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앞으로 사감정의 장점을 잘 활용하자. 다만, 전문성이 결여돼 지나치게 편향적이거나 근거없이 작성된 사감정은 오히려 재판부의 신임을 얻기 어려우므로 객관성과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건설관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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