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9월초 서울 남구로역 인근의 인력사무소들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일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명절 밑에 일도 좀 늘고, 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느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 추석을 앞두곤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인력업체 관계자는 “1년 전엔 하루에 300 ~350명 정도의 근로자를 공급했는데 최근엔 2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일감 줄어든 게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공사업체들과 주로 거래한다는 작은 규모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지난주엔 10명도 연결 못시켰고 2일과 3일엔 공쳤다”며 사무실 월세도 못 번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이날 만난 여러 사람들은 일감 감소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을 지목했다. 정부는 건설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각종 대책을 발표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활성화 정책과 규제 중 후자가 더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설일감 부족 현상은 각종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내국인근로자와 외국인근로자의 경쟁, 근로자와 기업의 갈등, 건설노조 간의 일자리 다툼 등 현안마다 “일감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행히도 정부는 3기 신도시를 만들고 내년 SOC 예산을 늘리는 등 건설부동산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정권 초기의 건설 패싱 시각에선 벗어난 듯하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건설근로자들은 쪼그라든 건설시장이 다시 커질 때까지 넋 놓고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명절이 두려운 건 취업준비생뿐만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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