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월17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경제장관회의라면 보통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데 홍남기 부총리는 출장 중이었다. 그런 날을 골라 회의를 연 건 그만큼 경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국민과 시장에 보내야 한다는 의도가 정부에 있었던 것 같다.

귀가 확 트이는 발언도 나왔다. 예전과 달리 문 대통령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집행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투자에 주력해 왔다”며 “이 방향을 견지한다”는 조건은 달았다.

그래도 ‘건설투자 확대’라는 대통령의 언급이 주는 기대감은 상당했다. 당장 정부는 내년도 예산 가운데 SOC 부문을 올해보다 12.9% 늘린 22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SOC 예산이 증가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그날과 이튿날 만난 건설업계 인사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규제와 반기업적 정책의 정부가 방향을 튼 것 아니냐. 드디어 좋은 세상이 오느냐”는 희망들이었다.

“그럼 좋겠다”고 응수하면서도 답답했다. 대통령의 언급에 ‘+α’ 이야기가 없었다. 청와대 쪽에서도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새로운 건설투자를 해야 한다는 다른 방향의 말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2.0%로 전망하고, 상당수 국내·외 민간 예측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추고 있음에도, 청와대가 경제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왔다.

10월22일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의 이러한 안일함은 재차 확인됐다. 대통령은 “(경제에) 혁신의 힘이 살아나고 있다” “(정책에 따른) 포용의 힘이 곳곳에 닿고 있다”고 자평했다.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자화자찬이다. 실상 우리 경제는 생산·소비·투자 등의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곤두박질하고 있는데 말이다. 

사실 경제를 살리려면, 그런 해법을 찾으려면 답은 곳곳에 널려 있다. 고용 유발효과가 큰 건설·SOC사업부터 활성화하고, 친기업 정책에 가속도를 붙이면 된다. 일본, 중국보다 높은 국가신용등급의 근간인 튼튼한 재정을 풀어 돈을 돌리면 된다. 하지만, 이 정권의 누구도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시장도 반발한다. 정부가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한다는데, 서울의 한 재개발 단지에 입찰한 건설사는 ‘상한제 미적용’을 전제로 초고가의 일반 분양가를 매겼다. 정권은 2년 반 남았지만, 이 단지의 분양이 그 안에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 흔한 말이지만,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게 진리다. 지난 2년보다 앞으로의 2년 뒤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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