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홍천 ‘은행나무숲’
30년간 정성껏 가꾼 숲 장관
수나무들이라 은행 냄새도 없어
땅도 바람도 마음도 모두 노란 물결

◇가을 단풍 명소로 새로 떠오른 홍천 은행나무숲(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가을 단풍 명소로 새로 떠오른 홍천 은행나무숲(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10월이 시작되면 가을을 만끽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그곳’을 찾는다. 오직 1년 중 10월에만 빗장을 열어주는 비밀스런 가을 명소, 홍천 은행나무숲을 소개한다.

이곳은 사실 관광지도 아니요, 공원도 아니요, 국가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간도 아니다. 순전히 한 개인이 가꿔놓은 정원일 따름이다.

도시에서 살던 은행나무숲 주인은 아내가 만성 소화불량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봉약수가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오대산 자락에 정착하게 됐다.

남편은 아내의 쾌유를 바라며 넓은 땅에 은행나무 묘목을 하나둘 심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홍천 은행나무숲의 유래이다.

그렇게 3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나무들이 자라면서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란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 황홀한 풍광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인은 가을의 장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2010년부터 1년 중 딱 10월에만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게 됐다.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에 다다를 때가 물론 가장 좋겠지만 바람에 은행잎이 떨어지는 시기도 꽤나 낭만적이다. 이때부터는 바닥까지 노랗게 물들어 은행잎 카펫이 깔린다.

바람에 은행잎이 후두두 떨어지기라도 할라치면 여기저기서 ‘우와’ 하고 탄성이 새어나온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들을 하늘로 날려보고 그 위에 뒹굴어보기도 하면서 가을을 몸과 마음으로 음미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져온 돗자리를 펼쳐놓고 누워 가을날의 여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혹여 은행 냄새 때문에 꺼려진다면 걱정 마시라. 이곳 은행나무들은 거의 수나무이기 때문에 고약한 은행 냄새가 풍광을 방해하지 않는다.

특정 목적을 갖고 조성된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 점도 있지만,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멋이 살아 있다. 약 4만㎡의 너른 땅에 5m 간격으로 줄을 맞춰 선 은행나무가 전부인 그곳. 가을이면 사방에 노란색 물결이 일렁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무심히 흔들어놓는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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