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지난주에 이어 한 주만 더 베트남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하노이 구도심은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관광명소입니다. 그러나 몇 블록 걷다보면, 이것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의 얼굴이라고 하는 도심에 노후화된 건물이 잔뜩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기준이지만, 하노이에는 60년대 건축된 1273개의 아파트가 있고, 호치민에도 474개의 노후 아파트가 있습니다. 40~50년 된 5층 전후의 건물로서 단지도 형성돼 있지 않습니다. 우리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베트남 MOC도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도심의 정비가 지연되는 것에는 법제도적 원인도 있습니다. 베트남에는 5개의 직할시가 있는데, 직할시 단위의 도시종합계획은 직할시인민위원회가 수립하고, 수상이 승인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베트남 도시계획법 제18, 19조). 이처럼 도시계획에 관한 법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는 재건축 프로젝트도 있으나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령, Nguyen Cong Tru Project의 경우 하노이 도심에 있는 구역임에도, 10년만에 일부만 착공됐고 정부가 추가 지원을 해야 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의 재개발사업과 같이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로 사업을 추진하고, 기존 건물소유자들이 신축 건물을 취득하는 구조가 도입돼 있지 않습니다. 기존 세대의 규모도 10평 남짓으로 적기 때문에 개발사업으로 인한 세대수 증가도 크지 않은데, 협의로만 건물을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비가 크게 증가합니다. 그러다보니 투자자들은 기존 소유자와의 관계가 복잡하지 않는 외곽으로 빠지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한남3재개발에 대한 정부의 결정은 도심정비를 투기억제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위 결정에서 정부는 건설사의 조합에 대한 사업비 무이자대여도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투기과열은 막아야겠지만, 사업비 무이자대여는 도시정비법보다 오래된 계약조건이었습니다. 유럽의 국채이자도 마이너스 수준인 상황에서 입찰을 무효화시킬 정도의 사유인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정부의 공공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합의 사업비 마련은 사업성이 보통인 구역에서조차 쉽지 않습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법논리만으로 보면 다른 정비사업에도 그대로 통용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도권, 지방의 도심 재개발사업에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거나 합당한 기준인지 의심이 됩니다. 과열과 무관한 정비구역에서 시공자 선정단계에서 사업비 대여를 받지 못한다면, 사업비 부족으로 원활한 진행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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