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생활권인 우리나라는 아직도 ‘교통 소외’가 심각하다. 교통 인프라만큼은 소외지역이 없어야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지역이 많다. 서울~부산을 두 시간에 주파하는 시대에 다섯 시간이 걸려도 도달하지 못한 지역이 의외로 존재한다. 

수도권의 경우 동두천과 포천, 연천지역 사람들은 고속철도를 타기 위해서는 1~2시간 내외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지방의 교통 소외지역도 고속철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서 10분이면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두 시간이 걸려야 겨우 고속철도를 탈 수 있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이런 교통 소외는 왜 일어나며,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교통 소외지역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원(예산 부족)을 이유로 교통 허브 지역과 연계하는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재정 형편상 수익성을 우선하다 보니 도로와 철도 인프라를 구축하고도 교통 허브 중심의 생활SOC를 외면해 교통 소외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교통 소외지역을 해소하지 않고는 인구 도시 집중은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교통 허브의 재구축이 필요한 것이 우리나라 교통인프라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일극(서울 등 수도권) 집중이 이미 고착화하는 단계에서는 도시가 팽창을 넘어 온갖 문제로 얽혀들 수밖에 없는 만큼 기존의 교통 허브를 재구축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교통 정책을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 배울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 교통인프라에서 배워야 한다. 남한은 면적 기준으로 미국의 한 주(州)나 중국의 한 성(省) 정도에 불과해 미국이나 중국에서 배울 교통 정책은 거의 없다. 물론 싱가포르 면적(약 719㎢)은 서울(약 605.2㎢)보다 약간 클 정도로 남한과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교통 정책만큼은 인구가 많은 작은 나라에서 배우는 것이 전체적인 국민 교통 편의성에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육상교통청(LTA, Land Transport Authority)에서 2010년대 들어 확고한 교통 정책 목표(2013~2030년)를 세우고, 세 가지를 제시해 실천하고 있다. 

첫 번째는 가구(구성원)의 80%가 기차·지하철역에 도보 10분 이내 도착, 두 번째는 대중교통으로 20km 이내 거리 이동 때 85%가 60분 이내 도착, 세 번째는 혼잡 시간대 이동의 75%가 대중교통 이용이다. 2018년 기준으로는 가구의 64%가 도보 10분 내로 기차·지하철역에 도착한다고 한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한 20km 내 이동의 79%가 60분 이하 소요되고, 혼잡 시간대 67%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한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인프라 경쟁력이 전 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교통 인프라만큼은 지속적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과 다르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싱가포르 교통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미래 한국 교통인프라의 정답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