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서울 문래동 공사현장에는 난데없이 캠핑카가 나타났다. 빨간 수돗물(적수) 사태가 발생한 문래동의 노후 상수도관 교체 공사현장에서 건설근로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서울시설공단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공단에 확인해 보니 지난 10월부터 시범적으로 상수도관 교체 야간 공사현장에 ‘근로자 이동식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공단이 지난 8월 현장근로자 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3.6%가 이동식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고민 끝에 생각해 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참으로 획기적인 발상이다. 도로상에서 이루어지는 상수도관 교체공사나 포장공사의 경우, 건설근로자들을 위한 휴게공간이나 화장실이 없는 큰 불편이 있으며, 이 때문에 더더욱 청년층이나 여성근로자들이 접근하지 못한다. 또한 컨테이너 등 가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보다 이동이 편리한 캠핑카는 화장실과 샤워실, 탈의실, 회의공간 등으로 사용 가능해 건설현장 휴게시설로써 안성맞춤이다.

현행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의 건설공사의 사업주는 현장에 화장실식당탈의실 등의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소규모 공사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에게만 추가 비용 부담의 의무를 지우는 것은 결코 ‘상생’의 길이 될 수 없다. 건설공사의 주체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길을 찾을 때 근로자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단의 사례는 건설현장의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범 운영이라고는 하나 발주기관의 근로자 인권존중을 위한 상생 시도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전국적으로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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