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칼럼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후반의 서 씨. 아내의 직장을 그만두게 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맞벌이 안 하면 먹고 살기 쉽지 않은 세상, 가뜩이나 취업이 안 돼 난리인 때 서 씨는 왜 이런 고민을 할까.

집 때문이다. 이들은 결혼 직전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거의 모든 민간택지 아파트에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넣었다. 하늘의 별 따기가 오히려 쉽다는 특공 당첨의 행운은 이들을 외면했다. 내년부터는 연봉이 올라 자격조차 사라질 판이다. 빨리 아이를 갖고 싶지만 단칸방 오피스텔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서 씨는 “서울에서 중산층이 한 푼도 쓰지 않고 집을 마련하는데 14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청약가점이 낮아 일반분양은 엄두도 못 내니 아내를 백수로 만들어서라도 특공 당첨을 받아야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12·16 대책을 보면 이제 현금 없는 우리 같은 30대는 평생 전월세나 전전해야 한다. 이 정부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12·16 대책에 대한 원성이 높다. 시가 15억원이 넘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초고가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9억원 이상인 주택의 경우 9억원을 넘는 부분에 대한 LTV(담보인정비율)를 40%에서 20%로 낮춘 게 대책의 골자다.

제일 첫 의문은 이런다고 집값이 잡힐까다. 잡힐 거였으면 앞선 17차례의 대책 때 잡혔겠지 이제야 잡힐 리가 있을까 싶다.

가격은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게 경제 논리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요지에 공급을 충분히 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그런데 대출을 죄고 세금을 무겁게 올리는 징벌식 규제로 해결하려는 것부터가 틀렸다.

집값 불안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초저금리다. 시중에 부동자금은 1200조원이넘는다. 이 돈이 공급이 부족해 달아오른 주택 시장의 열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 돈이 흘러갈 다른 물길을 내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이 부동자금이 또 대출을 막는다고, 세금 몇백만원 올린다고 “아이쿠야” 할까. IMF 구제금융 때처럼 돈 가진 사람만 더 신나게 해준 게 이번 대책이다.

부작용도 벌써 시작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2·16 대책 발표 후 잠실, 마포, 목동 등 서울 주요 인기 거주지역 전셋값이 호가 기준 1억~2억원가량 급등했다. 강력한 대출·세금 규제 때문에 매매 수요는 줄어드는 대신 시장을 관망하려는 전세 수요가 급증해 전셋값을 강하게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는 두 가지 부류의 주택시장 참여자가 있다. 참여정부 때 집값 잡는다는 정부 말 믿고 아파트 판 이들과, 박근혜 정부 때 빚내서 집 산 사람들이다. 전자의 경우를 지금도 종종 만난다. 그는 아직도 무주택자다. 그는 “이 정부가 하라는 것 반대로만 하라”고 역설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자년에도 주택 당국에 피자를 돌릴 일은 결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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