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노무사와 건설근로자의 직접고용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전자상거래업체 ‘쿠팡’ 이야기가 나왔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해 엄청난 성장을 기록 중이고, 동시에 매년 적자가 커지는 아이러니한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영업이익보다 시장점유율을 중시하기 때문에 ‘계획된 적자’를 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는 “쿠팡맨은 다른 기업의 택배 배달원과 달리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열려있어 고용 안정성이 비교적 높다”며 “하지만 기업 내부적으로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직원 문제로 고민거리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으로 약 2만4000여 명을 채용해 9866억원의 인건비를 지출했는데, 이같은 고정비가 적자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연말 한 모임에서 쿠팡에 근무하는 지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무량은 폭증했는데, 열심히 일하지 않는 일부 직원들로 인해 여러 동료들이 힘들어한다고 고민했다.

정부는 기업에 근로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에도 단속 확대, 처벌 강화 등의 방침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건설사와 근로자들은 이상적인 이야기로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건설기업은 쿠팡처럼 투자자를 찾기는커녕 은행대출도 힘들다.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한 폭발적 매출 증가도,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도 기대하기 어렵다.

건설현장에 물량제, 성과급제, 야리끼리, 재하도급 등 채용구조가 만연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직접 고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더라도 정책은 현장보다 딱 한 발짝 앞서 갈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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