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연 리포트

정부는 2018년 6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그 후속으로 2019년 2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6월 ‘갑질 근절 추진방안’을 마련했다. 공공분야의 공정성 강화방안을 선도적으로 제시해 민간분야로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건설분야에서 공공기관은 사업발주자로서 ‘갑’의 위치에 있으며, 계약자인 건설업체는 ‘을’의 위치로 수직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특히, 전문건설업체가 수행하는 원도급공사에서 공공발주자는 예산절감 및 업무효율을 이유로 부당한 원가산정이나 발주기관에 유리한 계약조건을 설정해 설계변경을 불인정하는 등 불공정행위(갑질)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충남도청 감사위원회에서는 시·군의 1억원 미만 건설공사에 대한 감사를 수행해 ‘하도급대금 미조정’, ‘소규모 건설공사 예정가격 과소산정’, ‘예산절감 위주의 계약심사’ 등을 확인한 바 있다(대한전문건설신문, 2019.11.20.).

또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원장 유병권)이 2019년 수행한 ‘공공발주기관 불공정사례(갑질) 조사 및 분석’ 보고서는 공공발주기관의 갑질에 대한 전문건설업체들의 전반적인 인식과 실태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공공발주기관의 갑질은 ‘부당한 공사원가 산정’과 ‘설계변경 불인정 및 단가 부당 삭감’ 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발주기관의 갑질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경우는 약 16%, 피해를 보상받는 경우는 약 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발주자와의 관계 악화 또는 후속 수주 우려’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발주자의 반려’나 ‘관련 기준 또는 선례 부재’를 꼽았다. 세부 사례조사에서는 공공발주기관의 갑질이 대부분의 공사에서 발생되고 있고, 발주담당자의 공사감독업무에 대한 역량 부족을 심각한 원인으로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부당한 공사원가는 예산에 맞춰 공사원가를 산정하는 관행을, 설계변경의 불인정은 설계내역의 오류나 현장여건을 판단할 수 없는 발주담당자의 역량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소규모 전문건설업체들의 경우에 공공발주자의 갑질에 대처할 수 있는 인력, 비용, 시간 등이 매우 열악하다. 따라서 부당한 공사원가 산정방지를 위한 예산변경이나 감사활동 강화가 필요하며, 설계오류에 대한 검증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또한 설계변경에 대한 발주담당자의 적극적인 대응이 의무화되고, 설계변경 시 발주담당자의 면책제도 도입도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발주자의 인식변화로 발주자와 수급자 간의 호혜적인 관계가 조속히 조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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