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칼럼

지인이 추천한 흥미로운 책에 빠져 있다. 제목은 ‘강남의 탄생’(한종수 강희용 공저).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리가 잘 몰랐던 강남의 역사가 살아있다”는 추천사도 친히 썼다.

서울 강남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다. 부와 명예, 문화의 향유 등 거주 여건이 월등하고 인간으로서 누리고 싶은 욕망의 충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강남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학구적이면서도 통사적 관점에서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책을 추천한 이는 1980년대 초반 강남 형성 태동기 때 강원도에서 이사를 온 후 강남에서 계속 살고 있다. 껍데기뿐인 피상적 강남이 아닌 강남의 속살과 진면목을 알기 원한다면 가장 최고의 책이라고 일독을 권유했다. 그가 추천한 나머지 두 권은 유하 작가의 ‘1970 강남’, 황석영 작가의 ‘강남몽’이다.

책을 읽다 보면 필자처럼 지방 출신들에게는 강남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신세계다. 1970년대 초반 강남이 개발될 즈음 태어났다. 1984년 경주로 이사를 하기 전까지 거제도는 도로 포장조차 되지 않았다. 그때 강남에서는 거대한 신도시가 위용의 기반을 닦고 있었다.

재미있는 내용들이 곳곳에서 발견돼 독서하는 기쁨이 쏠쏠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노래방에서 열창하는 노래 ‘아파트’ 가사 중 ‘별빛이 흐르는 다리’는 제3한강교(한남대교)이다. ‘바람 부는 갈대밭을 지나’ 소절은 당시 제3한강교를 건너 강남에 가면 실제 갈대 숲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는 설명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지하철 2호선은 기공식이 세 차례, 완공식이 무려 다섯 차례 열렸다는 대목에서는 씁쓸함마저 든다.

책에 따르면 지금의 ‘블랙홀 강남’은 때로는 법을 무시하기까지 한 박정희 정권의 전폭적인 지원과 인구의 급격한 유입으로 가능했다. 특히 인구의 급증이 눈에 확 띈다. 1977년 말 서울 인구 772만명 중 강남에는 263만명이 살고 있었다. 1985년 조사에서는 964만명 중 강북에 522만명, 강남에 442만명이 거주해 여전히 강북 중심이었다. 그러나 1999년에는 강남에 510만명이 거주하면서 인구 비율이 비슷해졌다.

현재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3.3㎡당 1억원을 상회하면서 불평등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 강남구는 기초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미미위’라는 자체 브랜드를 최근 공개했다. 속사정을 들어 보니 질투와 부러움이 공격적으로 혼재한 반(反) 강남 정서를 뛰어넘기 위한 행간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몇 년 뒤 영동대로 복합개발 공사가 완료되면 강남의 주가는 더 치솟을 것이 확실시 된다. 여기에 더해 대치동으로 대변되는 부모들의 교육열을 속시원하게 해소하는 사교육 시장도 강남으로 맹모삼천지교의 부모들을 흡수하고 있다.

궁금증이 든다. 독보적인 강남의 미래는 여전히 독점적일까. 우선 얼마 안 돼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감소의 시대가 도래한다. 수백만 평이 공원으로 조성될 배산임수의  ‘용산’이라는 만만찮은 추격자도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여전히 “강남으로”를 외치며 몰려드는 실수요자, 투자세력, 지방 부자, 젊은 세대가 존재한다. 교통, 문화 등 주요 사회 인프라에서 당분간은 독보적 지위도 유지될 것 같다. 강남이 자신의 우월성과 대한민국의 인구구조학적 위기 사이에서 계속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