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사들은 건설 원·하도급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민사소송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건설분쟁 전문가들은 공사 중에 준비만 잘한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번 호를 시작으로 3회에 걸쳐 건설관련 민사소송의 판단 및 준비, 소송 전략과 최근 많이 발생하는 아파트 하자 관련 기획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하도대 받으려면 소송이 나을 수도=공사대금을 못 받아 원·하도급 분쟁이 발생한 경우 ‘을’인 하도급 건설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조정절차와 법원을 통한 민사소송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법무법인 공정의 황보윤 변호사는 “공정위는 돈을 받아주는 기관이 아니다. 돈을 받아내는 게 목적이라면 공정위 조정절차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공정위에 조정을 신청하면 소송비용을 아낄 수는 있지만 사건해결이 이뤄지는 경우보다 판단불가, 심사 불개시 등 결과를 받는 비율이 훨씬 높은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를 통한 조정은 몇 가지 위험을 안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조사관은 분쟁 당사자들이 어떤 주장을 하면 입증을 위한 ‘서류’를 요구한다. 하지만 을의 입장에선 명확한 증거 서류가 있는 경우가 별로 없고, 이 경우 조사관은 적극적으로 사건을 풀지 못해 을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기 일쑤다.

또한, 조사권을 발동해 원청에 관련 서류를 제출토록 하더라도 미제출이나 허위 서류 제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 소송에선 양측의 증거서류를 크로스체크 할 수 있지만 공정위 조정에서 이 같은 확인이 불가하다.

또, 공정위의 판단이 추후 소송에서 역효과를 부를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의 ‘심사불개시’ 등 결정은 판단을 못하겠다는 뜻인데, 판사 입장에선 ‘원청의 문제가 크지 않고 하청이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소송을 선택했다면 첫 번째 조치는?=소송뿐만 아니라 모든 원·하도급 분쟁은 관련 서류에 승패가 갈린다. 많은 경우 전문건설사들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는데 원청이 하도급대금 지급을 안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분쟁 해결의 쟁점은 원청이 ‘왜 대금 지급을 안하고 있는가’에 있다. 계산서 발행은 여러 정황 중 하나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하도급사가 계약 당시 받은 설계도면, 실제 시공물량 내역 등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보여줄 뿐 ‘왜’ 발생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관련 서류를 만들고자 건설법령의 계약추정제 등을 곧이곧대로 이용하면 원청에 반감을 살 수 있다.

따라서 카카오톡이나 메일을 통해 일상적인 어투로 “추가 지시한 내용을 언제까지 해야 하냐”는 유도성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다면 ‘왜’에 대한 증거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분쟁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원청 소장의 구두지시로 설계변경이나 추가작업이 발생하고, 하도급 직원들은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작업을 실시한다. 이후 원청 소장은 자신의 지시 내용을 본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태도를 바꾸고 하도급사와 싸움이 시작된다.

건설법무 전문가들은 누구보다 현장 분위기를 잘 아는 종사자들이 감각적으로 분쟁의 낌새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금이라도 원청 직원들과 관계가 좋을 때 녹취, 메일, 메시지 등을 통해 작업지시 내용을 확인 받아 놓을 것을 권한다.

◇소송, 공사 중에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도급사가 공사를 타절하고 분쟁을 제기하면 원청은 직영공사를 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하도급사가 수세적인 위치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고 공사를 끝까지 마치려 한다면 자금난이 심해져 기업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하도급사 자금으로 공사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현장 종사자의 감각이 한 번 더 발휘돼야 한다. 법무법인 혜안의 이수완 변호사는 “원청이 다음 공사를 미끼로 또는 최종 정산에 한번에 준다는 구두 약속으로 공사대금을 계속 미루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해당 원청과 앞으로도 거래를 이어나갈 가치가 있다면 그 요구를 수용해야 하겠지만, 이번 거래가 마지막이라는 판단이 서면 공사가 진행되는 중간에라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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