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사들의 신사업 진출과 자금 투자가 영역을 막론하고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외연적인 이유는 각종 부동산 규제와 해외 수주 악화로 활로가 막혀 생존위기에 놓였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종합건설사들의 신사업 진출에 대한 취재를 하던 중 한 건설사 관계자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많은 종합건설사들이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이곳저곳에 투자를 하는 것은 ‘힘들어서’가 아니라 ‘가진 돈이 많아서’다.

그는 “지난 몇 년가량 건설과 분양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대형건설사들은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을 수 있게 됐다”면서 “일종의 재테크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결국 돈이 많으니까 이를 불리기 위해 쓰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공정거래위원회의 ‘2019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가 떠올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사가 전문건설사 등에 미지급한 하도급대금과 지연이자, 설계변경 미지급액 등의 규모는 총 65억1260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지연이자 등을 미지급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된 종합건설사는 총 78곳이다. 해당 78개사의 대금미지급 적발횟수는 무려 132차례에 달했다. 위반업체 명단 중 ‘현금이 많아서 투자를 한다’던 건설사의 이름도 보였다.

마치 빌려간 돈은 주지 않고, 자신이 가진 돈은 흥청망청 쓰고 다니는 얌체같은 사람들의 모습같다. 대형종합건설사에게는 단순히 며칠 늦게 지급한 얼마 안 되는 하도급대금이었을지 몰라도 당사자인 하도급사 입장에선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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