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소제동 골목’
원형 보존하면서 스토리를 입히자
14개 신상맛집의 핫플레이스로 변신
우리나라 최초 커피 ‘양탕국’도 선봬

요즘 대전은 ‘노잼도시’로 통한다. 익선동 같은 핫플도, 밀면이나 돼지국밥 같은 먹킷리스트도 번뜩 떠오르지 않아서다.

그래서인지 대전 지역 동호회가 유난히 활발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그러나 핫플 불모지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100년 묵은 관사가 흉가처럼 남아있던 소제동 골목에서 말이다. 

소제동은 대전역을 등지고 선 작은 동네다. 대동천 주변으로 낡은 집들이 수백 채나 깔려 있다. 일부는 우리가 익히 아는 시골집과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

슬레이트 대신 석기와를 얹은 지붕과 가로 살을 넣은 창문이 독특하다. 

필요 이상으로 길쭉한 건물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 남은 것 중 규모가 가장 큰 철도 관사촌으로, 1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형태가 잘 보존돼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낡은 골목 사이로 젊은 외지인이 드나든다. 일부 관사들이 깔끔한 밥집과 세련된 카페로 환골탈태했기 때문이다.

외관을 비롯해 지붕, 천정, 기둥 등 관사의 핵심 구조물은 옛 모습 그대로지만 각 스폿마다 서로 다른 로컬 스토리와 개성을 품고 있다.

현재까지(2020년 2월 기준) 충청도 로컬 밥상을 선보이는 ‘파운드’와 양탕국을 재현한 ‘관사촌커피’, 마을에서 유일하게 대나무밭을 가지고 있는 ‘풍뉴가’ 등 열네 곳의 신상 맛집이 들어섰다.

파운드는 충청도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로 파스타나 피자를 만드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쪽 벽면에 서천 김, 영동 감 등 실제 사용하는 재료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관사촌커피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양탕국을 맛볼 수 있다. 양탕국은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는 뜻을 가진 커피의 옛말이다. 1900년 무렵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후 숭늉을 대신해 한 끼 식사의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 옆집은 커피 없는 카페다. 풍뉴가는 찻잎에 과일청이나 럼, 바카디 등 주류를 적절한 비율로 섞은 블렌딩 티와 술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가는 티 칵테일을 선보인다.

풍뉴가의 또 다른 이름은 야경 맛집이다.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뉘엿뉘엿 자취를 감추면 마당의 작은 대나무 숲에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멋스러운 경치를 바라보며 향긋한 차 한 잔 마시면 비로소 풍류가 완성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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