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삼성중공업은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와 ‘다양한 시각화 및 선체 가상 조립 개발 내재화에 관한 상호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선체 설계에 유니티의 엔진을 활용해 무도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게 핵심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겐 ‘엔진’하면 자동차를 먼저 떠올릴 테지만 유니티의 엔진은 IT프로그램을 만드는 도구쯤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기존에도 의장의 설치도와 제작도를 2D도면으로 출력하지 않고 3D모델로 확인해 생산할 수 있게 해왔다. 협약은 이 방식을 선체 부분의 조립도까지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이야기가 낯설게 들리지만 시각화, 가상 조립, 무도면, 3D 모델 등 단어들은 익숙하기도 하다. 건설 BIM의 방향성을 이야기할 때 함께 등장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유니티 관계자는 “회사는 게임엔진으로 성장했지만 이미 20% 가량은 타 산업에서 쓰이고 있다”며 “지난해 말 신제품 ‘리플렉트’를 출시한 이후 여러 분야 기업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 건축엔지니어링 분야에서도 유니티와 세미나를 하거나 협업을 원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주목한 부분은 대형건설사가 엔진 기업과 직접 협업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출시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 맞춤형 IT시스템을 만들고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앞서 언급한 협약도 삼성중공업에 ‘내재화’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뜻이 담겼다.

건설 대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IT 기술을 적극 도입하거나 관련 부서를 조직해나가고 있다. 필연적으로 하위 생산단계의 정보를 흡수하거나 직접시공의 가능성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건설사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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