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 13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증시 개장 이후 처음으로 같은 날 가격안정화 장치인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며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16일에는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7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한국 기준금리가 0%대 금리 영역에 도달한 건 사상 처음이다. 사상 최초의 4월 개학이 현실화했다. 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연기된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모두가 전 세계를 강타 중인 코로나19탓이다. 문제는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그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는데 있다. 무서운 일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A교수는 “코로나19가 끝나고 나면 상당부분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체질이 허약한 기업들이 많이 무너졌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설상가상, 최근 수년간 우리 경제 체질이 너무 허약해졌다. 문재인 정권 들어 기업을 옥죈 주52시간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의 부작용이다. 다른 대학의 B교수는 “작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2.0% 가운데 1.5%를 정부 재정으로 했다”며 “국가재정관리가 나빠진 상태인데, 최근엔 국가부채 비율이 40%를 돌파했고, 돌파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제는 좀 바뀔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었다면 다행이지만, 그의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늘 “필요 시”, “필요하면”이라고 방어막을 치는 정부의 안일함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도 그랬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최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향후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추가적인 시장안정 조치도 ‘필요 시’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당국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 이 ‘필요 시’가 문제다. 부총리나 장관 등 정책 책임자들은 각종 대책 등을 발표할 때 발표문 말미에서, 또는 질의응답에서 항상 “필요하면”, “필요 시”라는 조건을 단다. 본인이 최종 책임자임에도 그 누구도 정책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 “그때그때 상황 맞춰가며 대응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이러니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제조강국 한국 국민이 주민등록증을 들고 마스크 2장 사러 약국을 떠도는 ‘코미디’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가 정부 당국자에게 한 수 가르침이 될 수 있을까.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를 긴급 호출했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전격 내린 상황이라 금리인하는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0.25% 정도로 해서 1%대는 유지할 줄 알았다. 한은의 선택은 0.5%포인트 인하, 0%대 금리라는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과감하고 신속했다. 책임이 따를 것이다. 그래도 비상시국에는 이런 리더가, 이런 결단이 신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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