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활성화 위한 절차 장치 미흡
사전중재합의시 수용 의무화 필요

최근 공공건설 분야에서는 중재제도가 분쟁 해결의 유용한 방법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공공발주자와 원·하도급 건설사 간 분쟁에서 발생하는 소송과 그에 따른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재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도 이어지고 있고, 공공기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선 정부는 지난 2018년 3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서 ‘조정 또는 중재 중 하나’로 분쟁 해결방법을 정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기획재정부의 계약예규인 정부입찰·계약 집행기준과 공사·용역·물품·구매(제조)계약 일반조건을 개정했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중에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8년 하반기 ‘신속한 분쟁해결을 위한 중재제도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작년부터 본격 추진하는 등 발 빠르게 활용 중이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2019년 2월부터 현재까지 총 9건의 중재사건이 접수됐고, 이 중 4건이 종결처리됐으며 5건은 진행 중이다. 여기에 공단과 건설사가 중재합의서를 작성해 중재원에 신청 예정인 공사도 4건으로 활용 건수가 늘고 있다.

특히 공단은 240억원 미만의 공사계약, 2억1000만원 미만의 제조·구매·용역계약의 입찰공고 시 분쟁해결방법으로 중재제도를 활용토록 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송권 부장은 “입찰공고문에 중재가 명시된 공사 중 아직까지 중재합의 요청이 들어온 사례는 없지만 앞으로 중재를 통한 분쟁해결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도급업계서도 활성화 필요=이같은 제도화 움직임 속에 하도급업계에서 중재제도를 활용하기에는 아직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발주자와 원도급업체가 적용받는 국가계약법에 분쟁해결방법으로 중재가 명시되는 등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속속 마련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영세한 업체들이 많은 하도급업계에서 중재제도를 적극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계약법에 명시된 것처럼 중재절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하도급법에 담는 등의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기창 한국건설융합연구원 원장은 “하도급법 등 법령에서 다루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발주자들을 통한 유인책이라도 마련돼야 한다”며 “발주기관이 중재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원도급업체에 입찰시 인센티브 등을 줄 수 있는 방안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제도강화 방안 마련은 숙제=중재가 건설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가계약법에 중재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항목이 담겼다고 해도 그 이후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사전중재합의 유도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전중재 합의시 이를 중간에 거절할 수 없게 강제화까지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송권 철시공 부장은 “법 개정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입찰공고문에 명시한 후 계약상대자가 중재합의를 요청하는 경우 발주자가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창 원장도 “발주와 원청관계에서 이같은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추후 하도급업체로까지 확대될 여지도 있는 만큼 우선 제도가 강력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