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부재리란 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리고 그것이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소송으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각종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피조사인들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지켜달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공정위는 당초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혐의점이 발견되면 재조사를 개시할 수 있어 이러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한번 무혐의를 받았으니, 추가 혐의점이 있어도 조사하지 말아 달라”는 피조사인들이 뻔뻔하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피조사인이 아니라 신고인들이 먼저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공정위가 신고 건에 대해 증거를 끝까지 수집하지 않고 추가 자료가 나오면 재조사하기로 의결해 신고인을 허탈하게 하는 경우들이 있었던 탓이다.

또 한 가지 사건은 굳이 반복 조사하면서 인력이 없다는 핑계로 심사 불개시를 선언해 수많은 신고인을 애태우기도 했다.

실제 2018년 기준 공정위 신고 사건의 심사 불개시 비율은 52.5%에 달하며, 하도급사건 처리 실적이 매년 나빠지고 있다는 집계도 있다. 

건설하도급만 놓고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사무소의 경우 지난해 사건처리 실적이 111건으로 2016년(145건)에 비해 23%가량 줄었다.

공정위가 준사법기관으로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도입해 책임감 있는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신고인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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