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투기와의 전쟁’ 엄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협공’을 당한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 6월1일 공표된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가격은 4월보다 0.09% 떨어졌다. 서울 주택가격은 4월 -0.02%로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몸값을 낮췄다. 코로나19와 보유세 부담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6월까지 팔아야 하는 절세 급매물이 증가하면서 집값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해 12·16대책으로 주택구매 자금출처 조사에 더해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하면서 앞으로 부동산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우선은 12·16대책에서 발표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세율 상향 법안이 어찌 처리되는지가 관심이다. 20대 국회에 제출됐던 법안은 종부세 세율을 0.1~0.8%p 인상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이 법안은 집값을 잡으려는 명분으로 세금 부담을 과하게 높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지난 총선 과정에서 여당의 ‘대표급’ 국회의원 후보들이 잇따라 부담 완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살림이 팍팍해진 국민에게 과중한 세금을 물리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꼭 그래야 한다면 과세가 국민에게 수용될 만한 합리적인 세금 산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종부세 법안의 과세 근거부터가 잘못됐다는 증거가 공개됐다. 지난달 감사원 발표가 종부세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해 개별공시지가가 개별주택가격보다 높은 주택이 22만8475호에 달했다. 전국 단독주택의 5.9%에서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감사 결과는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계속 저하되고 있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기초연금, 재산세·종부세 등 63가지 각종 세금·부담금의 산정 근거로 활용되기 때문에 국민의 충격과 반발이 더 거셀 수밖에 없다.

당장 현재 약 22만 가구인 표준주택을 적정 수준으로 늘리고, 이를 감정할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감정평가업계에서 요구한 충원 인력의 절반 정도만 더 투입하겠다는 식의 안일한 행정을 지속하고 있다고 해 걱정이다. 작년 표준주택가격을 조사·산정하는 데 투입된 인력은 겨우 460명이다. 1명이 조사·산정한 표준주택이 평균 478호였다. 이러니 제대로 됐을 리가 없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 3일 정부는 총 규모 35조3000억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3.7%로 올라가지만, 코로나19로 파탄 난 경제를 살리려면 달리 방법이 없다. 이 예산도, 빚 부담도 다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오고,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정부가 과세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국민으로부터 확고히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