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중 한 곳의 생산공장 건설공사에 참여했던 하도급 건설사가 찾아왔다. 그는 지난해 공사를 모두 끝냈지만, 아직도 대금 정산을 못 하고 있다는 사연을 털어놨다.

대기업 제조업체가 대규모 생산공장 건설공사를 계열사인 대형종합건설사에 원도급을 줬고, 이를 하도급받은 여러 전문건설사들이 정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늘 듣는 을의 입장에서 하는 하소연이겠거니 하고 듣다 보니 갑의 불공정 행태가 가관이다. 원도급사가 계약서보다 훨씬 많은 작업지시를 하고도 그에 따른 비용 증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하도급사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연명으로 계약내용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하고, 문서를 보냈으나 아무래도 대형건설사를 상대로 요구를 관철시키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매일 상생을 표방하는 우리 재계 대표 그룹사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더욱 씁쓸한 것은 하도급사들이 생계를 걱정할 때, 그들은 다음 생산공장을 시공할 하도급사를 찾고 있다는 후문이었다.

마치 하도급사들과의 정산 문제는 생각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원도급사가 하도급 대금을 정하면 그대로 받으라는 것인지. 아직도 주는 대로 받으라고 요구하듯 던지는 계약관계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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