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가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 부동산 시장은 GTX 역세권 위주로 빠르게 재편될 겁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철도업계 관계자는 GTX가 바꿀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다. 평생을 철도업계에 몸담아 철도와 지하철이 변모시킨 교통망의 변화와 부동산 시장 재편을 몸소 체험한 이의 솔직한 말이라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한다. 지하 40∼50m의 공간을 활용, 노선을 직선화해 최고 시속 180㎞로 주행한다. GTX는 A(경기 파주 운정∼화성 동탄역), B(인천 송도∼경기 마석역), C(경기 양주∼수원역) 3개 노선으로 추진 중이다.

GTX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일반 지하철보다 3~4배 빠른 속도. 수도권에서 서울에 닿는 시간을 최대 4분의 1로 줄여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화성 동탄에서 서울 삼성역까지 19분, 일산 킨텍스에서 서울역까지는 14분 정도면 도착한다. 예를 들어 A 노선의 경우 평균 속도는 110~116㎞이다. 강서와 강남을 사선형 직선으로 연결하는 9호선 급행의 평균 속도 46㎞와 비교하면 가히 혁신적인 교통수단이다.

GTX에 앞서 인천 서북부와 서울 주요 도심을 잇는 공항철도를 통해 간선철도만으로도 지역의 거주 여건이 확 달라진다는 게 입증됐다. 애초 인천공항 입국 외국인들을 서울 도심으로 실어 나르려던 공항철도는 서구, 계양구 등 인천 서북부 지역의 교통 혁명을 이뤄냈다. 김포한강신도시를 관통하는 김포골드라인은 9호선 급행 노선과 연결되면서 강남 출퇴근이 손쉬워졌다.

이런 잠재력을 눈여겨본 지자체들은 일찌감치 GTX 역 신설에 목을 매달고 있다. 대표적인 지자체는 경기 안양시. 지난 8일 안양시청에서 국토부 주최로 ‘GTX-C 전략환경영향평가 설명회’가 열렸는데 안양시는 환승역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환승역이 불발되면 향후 개통 예정인 월곶~판교, 인덕원~동탄간 열차를 이용하는 의왕·광명·시흥 시민들이 GTX-C 노선을 타는 데 33분을 더 허비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국토부 입장에서 안양시 주장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경기 의왕시와 서울 성동구 등 다른 지자체도 관내 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는 GTX가 지나는 모든 역사에 버스와 도시철도가 연결되는 환승센터 건립을 추진해 부동산 재편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역사 완공 전에 철도·버스 간 환승 동선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환승센터와 연계된 GTX 역은 30개 중 서울역과 청량리역, 삼성역 3곳뿐이다. 환승센터가 생기면 다른 교통수단과의 환승 시간을 3분 안으로 최소화해 GTX 이용객들의 편의성이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GTX가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라는 신중한 견해도 있다. “판교신도시처럼 GTX가 지나가는 지역에 일자리를 늘리는 등 자족성을 강화해야 해당 지역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권대중 명지대 교수)이라는 염려가 대표적이다. 이런 우려는 GTX가 서울 도심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와 동시에 주요 경제활동의 도심 집중을 야기하는 양면성을 띨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분석, 청사진과 우려를 종합해 보면 GTX가 부동산 시장 재편의 ‘거대한 방아쇠(트리거, trigger)’임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도 집중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긴 ‘58분’이라는 평균 통근시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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