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를 찾기 어려운 위기가 건설산업에 도래했다. 2018년까지 호황을 기록했던 건설경기는 불황으로 접어들었고 정부의 강화된 부동산 규제는 시장 수요를 얼게 만들었다.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역사적 전염병의 창궐은 공급마저 원활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건설관련 지표들은 이러한 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4월 국내 건설수주액은 9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0.6%, 전년 동기 대비 3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하며 6만2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코로나로 많은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건설산업은 코로나 극복 이후로도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 위기를 한국판 뉴딜을 추진해 극복할 것으로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 밝혔다. 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untact) 트렌드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이다. 메가트렌드를 선도하며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지향점은 올바르게 설정됐다고 볼 수 있다. 

경영학의 그루인 피터 드러커가 이야기했듯이 올바른 것은 올바르게 수행돼야 한다. 디지털화와 녹색뉴딜에 있어 대한민국은 후발주자이다. 후발주자가 취할 수 있는 경쟁전략은 크게 경쟁판도의 재설정 그리고 투자확대로 구분할 수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 출시와 동시에 통신사가 지니고 있던 콘텐츠 유통망을 점유한 점, 한국의 메모리산업이 불황에도 적극 투자를 진행한 것이 좋은 사례다.

이제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클라우드시스템은 서비스가 등장한 지 7년이 지난 2002년 아마존이 적극적인 인프라를 투자한 이후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 결실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업체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기술과 산업이 성숙하려면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기존의 산발적인 서비스는 성숙한 인프라 환경에서 다양해지고 고도화되며,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마트인프라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야말로 근본적인 플랫폼이다. 디지털, 친환경은 결국 공간 인프라에서 시작된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을 넘어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이 빅데이터를 생성하고 인공지능이 삶과 산업, 친환경 에너지를 조화시키는 미래는 결국 인프라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국판 뉴딜의 세부내용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3기 신도시의 스마트시티화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공동 건축물 및 공공임대주택에서 제한적으로 추진된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도모하며, 세계를 선도하는 제품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준보다 더 큰 규모의 스마트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스마트시티, 스마트SOC, 친환경 건축물과 같은 스마트인프라 투자는 과거의 인프라 투자와 달리 IT제조업, IT서비스업, 자율주행차, 에너지/건축물의 유지보수 등 다양한 전후방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한국판 뉴딜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건설업계는 건설경기 불황 타개라는 좁은 목적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글로벌 강국 구현이라는 소명을 지니고 타 산업과 연계해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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