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만들어졌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의 후속 조치로 정부는 지난 18일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하고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도 다시 언급했다. 앞서 11일엔 국회에서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이 발의됐다.

수차례 건설안전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왔고 기업 처벌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나 대형현장을 시작으로 비용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정부 ‘안전 드라이브’의 효과를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시각의 개선점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사고 이후 유족들과 사측의 보상합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고 재발 방지나 처벌 외에 사고처리를 위한 제도나 관행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

한 달 동안 합동분양소에는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이 왔다 갔고 지방자치단체, 관할 고용노동청 등 관계자들도 상주하다시피 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직원 십 수명, 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보장된 산재보상금 업무는 유족들이 법률대리인에게 맡겨야 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상 업무 담당자들이 있었지만 유족들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가족을 잃어 경황이 없는 유족들이 망자의 평균임금 관련 서류 등을 정리해 산재보상 신청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리인에게 산재보상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약속하고 업무를 처리하기보다 정부가 공적인 역할을 강화해 법적인 보장을 확보해주면 좀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

건설안전에 대한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살아남은 자들의 마음을 보듬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 마련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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