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하다 보면 건설 원·하도급업체 간 상생 노력을 접하게 된다. 건설공사 계약에서 늘 ‘을’의 위치에 있는 하도급사를 위해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는 원도급사들의 훈훈한 미담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대형건설사 H건설은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해 낮은 금리로 자금지원을 해 주는 등 협력사와의 상생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중견건설사인 B건설이 협력사들과 공사품질 개선 방안을 수시로 논의하고, 대금을 조기 지급하고 있다는 얘기도 속속 들려온다.

우리나라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문이 경주 최부자 집안이다. ‘부자는 3대 가기 힘들다’고 하는 데 최부자 집안은 무려 300년 동안 12대를 이어 만석의 부를 유지했다고 한다.

여러 미담이 있지만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춘궁기나 보릿고개가 되면 한 달에 약 100석 정도의 쌀을 이웃에 나눠줬다고 한다. 때로 흉년이 들면 약 800석의 큰 창고가 바닥날 정도로 구휼을 베풀었다고도 한다. 특히 소작인들에게 받던 소작료를 낮춰 받아 소작인들이 앞다퉈 최부자 집 논이 더욱 늘어나길 원했다고 한다.

반면 ‘있는 사람이 더한다’는 말이 원·하도급업계에선 여전한 모양이다. 한 하도급업체는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가 계약금액 변경을 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현장여건이 다르고 새로운 작업지시로 신규 비목이 발생했는데도 정당한 정산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 최근 H중공업은 하도급업체와의 불공정 행위에 더해 관련 자료를 은닉·파기하는 구시대적인 추태를 벗지 못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에서 인심 난다’고 한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시공에 참여한 주체들 중에 누가 인심을 써야 할까. 진정 ‘갑’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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