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 세종 스마트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벤처기업인 김세종 씨가 출근 준비를 하고 집 밖으로 나서자 무인 전기공유차가 대기해 있다. 세종 스마트시티 안에 ‘개인 차량’은 진입하지 못한다. 무인 공유차량이 어디를 가는지, 차량 내에서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등 개인 정보는 비식별 암호화를 거쳐 중앙데이터센터로 보내진다. 세종 스마트시티에 들어온 벤처기업은 이같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 전략을 짜고 새로운 실험에 도전한다.

점심을 먹고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 김씨는 손목에 찬 스마트시계로 자신의 증상을 근처 병원에 전송한다. 의사와 간단한 원격진료를 마친 김씨는 드론 택배를 통해 알약 두 알을 전달받아 복용한다. 그의 하루하루 건강 정보와 의료 기록도 모두 저장돼 비식별 상태로 데이터센터에 저장된다.

이 ‘꿈 같은’ 얘기를 눈앞에 실증하기 위한 항해가 최근 닻을 올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시 5-1생활권에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용지 조성공사를 시작했다. 작년 11월 말 부산 에코델타시티가 착공된 데 이어 세종시까지 공사가 시작되면서 한국의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스마트시티 시장규모가 2023년 6172억 달러(약 726조원)로 연평균 18.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시티 주도권을 쥐려는 세계 각 나라는 완성된 스마트시티를 최대한 빨리 많이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디지털화’는 매우 앞서 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나라보다 속도가 늦었다. 2018년 1월 스웨덴의 도시컨설팅·데이터 분석업체인 ‘이지파크(EasyPark)’가 △교통 △행정 △디지털화 등 19개 평가 항목을 기준으로 세계 500개 도시의 스마트시티지수 순위를 매겼는데 서울은 21위에 그쳤다. 스마트시티에 적용되는 개별 디지털 기술들은 앞서 있지만 이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가 꼽혔다.

이같은 의미에서 세종과 부산에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같은 PC 운영체계가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을 가능하도록 해 인터넷 혁명을 가져왔듯이, 스마트시티 시범도시가 하나의 운영체계가 돼 데이터를 공유하고 새 서비스가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개인 정보 보호 등 스마트시티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도 여기서 실험을 해야 한다.

따라서 스마트시티에 대한 민간기업의 관심이 더 높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리빙 랩(Living Lab)’ 성격이 강한 스마트시티는 정부 차원만으로 절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정부도 이런 부분을 간파하고 세종과 부산 시범도시 건설을 맡을 민관 공동 사업추진체계(SPC)를 2021년까지 설립하기로 했다. 도시 성패가 4차 산업혁명 서비스에 달린 만큼 SPC뿐만 아니라 세종·부산 스마트시티와 관련한 프로젝트엔 작은 것 하나라도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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