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경제활동이 일시적 방편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견된다. 온라인 유통이나 비즈니스가 확산되는 추세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단순한 변화로 보이는 화상회의나 재택근무가 업무 처리의 한 방식일 뿐만 아니라 설비투자, 고용,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 마케팅과 노사관계 등 전반적인 기업활동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진시킬 것이다.

자장면 배달 주문은 반세기도 넘어가는 비대면 방식의 원조일 것이다. 물론 배달 방식과 이용 동기는 전혀 다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경제활동은 계획, 투자, 생산, 유통, 소비의 가치 창출 사슬을 비대면 방식과 기술혁신으로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경쟁의 구도도 달라지고 시장의 요구 수준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일상에서 파동이 일어나고 있다. 감염병 진단을 위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운영에서 원격 진료에 이르기까지, 한 카페의 이동 중 앱 주문에서 중소기업들의 통합 마케팅과 유통 플랫폼 운영에 이르기까지 비대면 비즈니스가 확산되고 있다. 7월 중순 국회의 한 정책 세미나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기업의 창업을 체계적이고 차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논의도 제기됐다.

그러면 비대면 경제활동 방식이 파고를 높이며 점진적으로 밀고 올 파도의 양상과 위력은 무엇인가? 비대면은 ‘홀로’(untact)가 강조되지만 ‘더불어’(on tact)가 뒷받침돼야 한다. ‘홀로서기’를 지탱해 줄 타인의 버팀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재밋거리를 찾아야 한다. 건설산업은 개인과 사회에 지속적으로 꿈틀거리는 변화와 흥밋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집안에서나 야외 시설물에서나 사람들은 이제 안전과 재미가 함께 갖추어진 시설물을 찾게 될 것이다. 지자체가 일시적인 축제문화로 돈벌이할 궁리를 하기보다는 홀로서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사계절 재밋거리 공간을 펼칠 수 있도록 전략을 바꿔야 할 것이다.

비대면의 일상이라 하더라도 의식주와 사회적 관계를 생략할 수는 없다. 오히려 확충될 것이다. 타인을 경계하면서 개인적 의식주에 대한 관심과 소비는 증대될 것이다. 확인할 수 없는 불특정 다수와 비대면이 늘어나는 만큼 신뢰할 수 있는 내부인, 가족과 친구와 지인에 대한 반대급부적 접촉은 증가할 것이다. 즉 불필요한 활동의 축소는 필요한 활동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일반적 시설물의 수요는 감소하고 특정 수요자층을 위한 차별적인 시설물 건설 수요가 증대될 것이다. 아니 건설산업이 그러한 수요 창출을 주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A는 B, C, D를 만나러 찾아다니지 않지만 A는 가상현실(VR)을 통해 B가 입맛에 맞는 식당이나 식단을 선택하도록 도와줄 수 있고, C를 물류센터 또는 녹지공원으로 안내할 수 있고, D와 더불어 원격으로 노후 시설물 재생사업을 발굴하고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산업의 비대면 경제는 ‘접촉적인’ 기존 사업 방식과 ‘비접촉적인’ 새로운 방식을 혁신적이고 다차원적으로 융합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비대면 경제에서 대인 기피의 사회 환경 변화가 개인을 실내 사적 공간으로 밀어 넣은 것이지 개인이 스스로 나방이 되기 싫어서 고치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고치 바깥과 소통하려는 욕구가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욕구의 양상은 다르다. 질적 변화를 찾는 것이다. 건설 시설물의 질적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이 품질과 독창성으로 승부해야 할 시기가 성큼 다가왔다. 기업만이 아니다. 발주자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발주자는 시설물을 통해 제2의 소비자를 불러들여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소비자의 달라진 입맛에 맞추어야 한다. 주택건설 시행사는 더욱 까다로운 입맛의 주거자를 상대하기 위해 외부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내공간의 융통성과 기능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 건설산업이라고 해서 변화 거부의 유전자(DNA)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산업에 비해 고집스러운 성격이 다소 강할 뿐이다.

비대면 중심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시대적 변화에 혁신적 경영전략과 사업구조를 어떻게 기술혁신으로 대응해 나아가느냐에 따라 귤을 수확할 수도 있고 탱자를 매달 수도 있다. 하지만 건설 기업과 산업이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대면의 경제와 비대면의 경제 모두를 잃게 될 것이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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