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기다려달라. 미지급된 하도급대금이 200억~300억원 정도 되는데 이달 들어오는 자금이 1000억원 정도라 조만간 문제가 해결된다”

2년여 전에 한 종합건설사 임원에게 직접 들은 말이다. 기자가 이 회사의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자 임원이 직접 찾아와 해명했다. 기사 송고를 보류하고 2개월 가량을 기다렸지만 이 말은 지켜지지 않았고 기사가 나간 이후에야 몇 건의 하도급대금이 지급됐다. 당시 제보했던 하도급 업체들은 이같은 공수표를 이미 1년 동안 받아와 피로감과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태였다. 

이 회사는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60위권의 다인건설이다.

잊고 지내던 이 회사 소식은 얼마 전 방송에서 다시 접했다. 공사중단으로 입주가 지연되자 수분양자들이  곤란에 빠지게 됐다는 것. 수분양자들은 지난 7월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단다. 

최근 한 현장에 공사가 재개됐다는 소식도 있지만 과연 이 회사가 달라졌는지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여전히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있을게 눈 앞에 그려졌다. 또 인터넷에 노출된 부정적인 기사를 다른 보도자료로 덮어버리는 행태도 여전한 듯 하다.

가장 안타까운 건 여러 피해의 전조 현상이 분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건설사를 대상으로 여러 건의 하도대 분쟁이 있었고, 체불문제로 건설노조의 집회가 일어나기도 했다. 사정기관과 법원에서 다뤄진 사건들도 적지 않을 것이고 수분양자들의 피해 이야기도 어제오늘 갑자기 나온게 아니다. 

많은 피해자를 만들고도 꿋꿋이 성장하는 다인건설을 지켜보면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확신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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