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업체가 공사를 하면 그에 따른 공사대금을 원도급업체에게 청구할 권리가 발생한다. 그러나 원도급업체가 공기지연, 설계변경 또는 물량증가에 따른 비용증가분을 인정하지 않거나 심지어 공사부실을 트집 잡거나 단가 산정을 잘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상응하는 대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이때 전문건설업체들은 원도급업체에 구두 또는 서면으로 항의성 협의를 지속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넣어 나름 다투는 경우가 많다. 주의해야 할 것은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당수의 전문건설업체에서는 공정위에 신고를 해 다투고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사대금청구권은 채권으로서, 채권의 경우 원칙적으로 소멸시효기간이 10년이지만 공사대금채권은 ‘도급받는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에 해당해 민법 제163조에 의해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 3년이란 시간은 상대방과 몇 차례 협의하다 보면 금방 흘러가므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낭패를 치르는 경우가 많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전문건설업체로서는 협의는 하더라도 이 소멸시효의 진행을 중단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 중단사유로는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승인이 있다(민법 제168조). 여기에 공정위 신고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민법 제168조상의 청구는 재판상의 청구를 말한다. 상당수의 전문건설업체 종사자들은 공정위를 마치 법원에 준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공정위도 하도급과 관련한 분쟁을 해결해주는 공적 기관이고 본인들이 이 기관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삼아 사건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당연히 소멸시효는 중단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도급법은 제22조 제3항에서 공정위가 신고사실을 원사업자에게 통지한 때에는 민법 제174조에 따른 최고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고의 경우 6개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즉, 6개월간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앞에서 말한 재판상의 청구 등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큰 실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기할 것은 공정위 신고와는 달리 하도급법에 의해 인정되는 공정거래조정원 또는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등 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하도급법 제24조의4)는 점이다. 다만 신청을 취하하거나 각하된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경우에라도 6개월 내에 청구 등을 하게 되면 최초 분쟁조정을 신청한 때로 소급해 시효는 중단된 것으로 인정된다(하도급법 제24조의4 제6항). 협의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더라도 분쟁조정이 성립돼 조정조서를 작성한 때 또는 분쟁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하고 조정절차가 종료된 때에는 그 시점으로부터 시효는 다시 진행이 되므로 협의회에서 조정절차를 거쳤다고 해 후일 공정위에서 조사절차가 진행될 때에도 여전히 시효가 중단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하도급사건을 다루면서 최근에 느끼는 점은 점차 소멸시효가 임박하거나 이미 완성된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여 하도급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야 행정기관으로서 공사대금을 지급하라고 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예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결국 공사대금의 경우 민사소송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공정위만 쳐다보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소송조차 제기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신고사건에 대한 공정위 조치의 80% 이상이 무혐의, 심사불개시, 심사절차종료 아니면 기껏해야 경고인데, 공정위에 대한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다소나마 방지하기 위해 공정위가 신고사건을 접수한 후 신고인에게 공문을 보낼 때 “신고는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력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명백히 넣어 전문건설업체 종사자로 하여금 불의의 낭패와 타격을 입게 되는 경우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나아가 보다 전향적으로 공정위 신고에도 협의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는 경우와 같이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부여하는 내용을 법에 규정하는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도 공정위의 신고를 권리에 준해 보고 있고 무혐의조치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정위 스스로 하도급법 제22조 제3항에 소멸시효와 관계있는 최고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마당에 굳이 국민의 인식과 공정위를 아직도 의지하고 싶어 하는 많은 하도급업체들을 외면하고 공정위의 성격만을 강조하면서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변호사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