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저지르고도 당당한 이들이 있다. 바로 상습 하도급갑질 업체들이다. 최근 이들의 뻔뻔함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위법하다 판단해 처분을 내려도 이를 따르기보다 불복 소송을 진행하는 등 적반하장식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로부터 처분을 받은 원도급업체들이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숫자가 꾸준히 증가해 최근 30%에 육박하고 있다. 불복 행렬이 이어지면서 하도급업체에 대한 구제 길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통계보다 더 처참하다. 한 하도급업계 종사자는 “2년간 공정위에서 다툰 끝에 원도급업체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아냈다”며 “하지만 원도급업체가 공정위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실제로 구제가 된 부분은 1%도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뻔뻔하게 굴 수 있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가 공정위의 능력 부족이다. 부족한 공정위의 역량이 지적돼 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이런 문제 제기가 강해지자 국회에서는 최근 공정거래조정원이 행사하는 조정 업무를 할 수 있는 기구를 지자체 단위로 늘리자는 법안도 나온 상태다.

두 번째는 바로 대기업에 옹호적인 분위기다. 최근 조선업계에서 불공정 하도급 갑질 행태가 드러나 국내 조선업을 대표하는 3사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발표가 나온 후 일부 언론들이 “일감도 부족한데 수십억 과징금 폭탄”, “공정위 칼날에 하도급 공포 확산” 등을 주제로 기사를 쏟아냈다. 경제도 어렵고 일감도 부족한데 과한 제재를 해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그러면서 위법을 저지른 업체들이 공정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법적 싸움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위법한 행위를 하면 법 앞에 정당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원·하도급 내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질서가 최근 들어 무너지고 있다. 시장에 맡겨서는 더이상 솔루션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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