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은 긍정보다 불안감이 넘친다. ‘영끌’, ‘패닉바이’ 등 신조어조차 익숙해졌다. 8월 말 ‘주택정책의 대안을 제시한다’라는 주제로 웨비나(웹+세미나)가 열렸다. 발제와 토론 과정을 지켜보면서 부동산 시장에 보이지 않는 5가지를 발견했다. 실종된 5가지는 정책, 관제탑, 전문가, 시장경제, 그리고 산업생태계로 필자는 결론을 내렸다.

정책은 없고 대책만 부각됐다. 대책은 당장의 문제 해결이고 정책은 목표 달성을 위한 긴 흐름이라는 차이가 있다. 쏟아지는 대책은 기울어진 저울이다. 거래 차단과 징벌적 조세를 수요 감축 수단으로 사용한 단기 대책이 주다. 종으로 공급대책이 수요 억제를 보완하기 위한 양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관제탑 실종은 중앙정부 기관 중 누가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쏟아진 여러 대책은 국민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생애 동안 갚지도 못할 주택 매입에 영혼까지 끌어댄다는 ‘영끌’이 나타나는 것은 미래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중구난방 여기저기 들려오는 국무위원의 발언보다 시장을 더 믿기 때문에 만들어진 현상이다. ‘임대차보호 3법’이나 ‘징벌적 조세’는 시장에 나타날 부작용을 제대로 짚지 않은 전문가 실종을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제도는 긍정·부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부정적 영향이 크면 지속가능성이 상실된다. 개인 재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토론자의 공통적인 지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부기관에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없다. 1968년에 도입된 순환보직제도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단타성 대책은 쏟아지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원인으로 순환보직제를 지목했다.

시장경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는 원론에 해당하는 ‘수요·공급 법칙’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1% 언저리에도 못 미치는 초저금리 시대 유동성 자금이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이 시장경제다. 국민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처가 부동산이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익혀 왔다. 실증된 경험과 지식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별 관심 없다. 부동산에 편중된 재산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쯤은 모두 안다. 은행에 돈을 맡기기엔 실익이 없고 주식은 전문지식이 없어 불안하다. 영끌족(?)의 주택 구매 욕구에는 ‘부동산=재산’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산업생태계 실종이라는 의미에는 수도권 부동산값이 올라가는 큰 이유인 인구 쏠림 현상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않았음이 담겨 있다. 거주지 선택의 첫 번째 이유가 직장과의 거리다. 직장 가까운 곳에 살려는 것은 원초적 본능이다. 직장 혹은 일자리를 산업단지보다 도시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태계로 변했다. 제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경제가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전통적 산업단지가 아닌 도시가 일자리 창출 센터로 변한 것이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거주지를 찾고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도시로 몰리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정부에 권고하고 싶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정책과 제도의 신뢰성을 국민으로부터 얻어야 한다. 대책의 주와 종의 위치를 바꾸자.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대하고 조세제도는 지불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부동산 감독기구보다 독립적인 전문·전담연구기관 지정이 우선이다. 기존 연구기관 혹은 부설연구소의 역할을 조정하면 가능하다. 정책·제도를 맞춤식으로 선택적 적용이 가능하게 정교하게 다듬어라. 부동산 비전과 정책을 긴 호흡으로 볼 수 있게 수립 후 국민에게 공개하라는 주문이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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