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치고 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잘 먹었습니다.” 초등학생에게 실제로 주어진 시험문제와 대답이라고 한다. 출제한 교사는 “양치질”을 정답으로 구성했지만 이 학생의 대답도 맞다고 처리했다. “산간 지역의 도로가 구불구불한 이유를 쓰시오”라는 서술형 질문에는 “힘을 적게 들이고 오르기 위해서”라는 정답을 기대했는데, 한 학생의 “경치를 감상하려고”라는 답에도 역시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고 점수를 부여했다.

기관과 기업이 신입 인력 채용 과정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블라인드(blind) 채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의무적이다. 개인정보를 배제하고 오로지 실력 위주로만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와 기대는 공감하지만 현장에서는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장 고민스러운 점은 언어와 행동의 표현력을 어떻게 실력으로 환산하느냐이다. 사실 맹점은 평가자와 면접관에게 있다. 응시자들은 블라인드 채용에 대비해 다양한 방식으로 준비를 해 왔지만, 평가자와 면접관은 대부분 절차에 대한 안내만 받을 뿐 블라인드 심사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영험한 분별력을 발휘해야 한다. 가상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응시자의 임기응변을 문제해결 능력으로 오판하기도 한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우선적인 역량은 무엇일까? 일률적이지는 않지만 문제해결 능력의 우선순위에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비즈니스 현장에는 보이는 장애물도 있지만 숨겨진 함정도 무수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처럼 미래에는 더욱 불확실하고 더욱 파급력이 강한 암초들이 불쑥불쑥 솟아올 것이므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개인의 경쟁력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모든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할 사건처럼 부정적인 측면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체력 단련의 통로가 될 수도 있고, 도전해볼 만한 기대치를 설정해 줄 수도 있으며, 일상의 안일한 타성에서 돌이킬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일상에서 문제는 한 덩어리라 하더라도 해법은 여러 가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생의 해법이 유일하지만은 않기에 78억명이 제각각의 비법으로 살아갈 수 있다.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커질수록 순발력과 창의력과 의지력이 강한 문제해결 능력이 돋보일 것이다.

건설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우선적으로 발굴하고 양성해야 한다. 건설산업에는 오늘도 그렇지만 내일은 더욱더 풀어야 할 매듭과 암초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은 제조업 공장처럼 실내에서 자체 통제가 가능하지도 않고 자연적 여건의 잠복된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 무형의 시공간에서 유형의 시설물을 창조해내는 활동에 각자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참여하는 근로자와 기업이 수직적, 수평적으로 얽혀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미래 건설산업은 더 혹독한 비바람에 맞서야 한다. 아직 어수선하게 보이는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망의 산업구조와 생산체계가 위력을 발휘해 나아갈수록 건설산업은 데이터 중심 산업의 하청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이 디지털 전환의 거대한 파도타기에 능동적으로 편승하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에 이끌려 나와야 한다. 디지털 괴물들(?)은 내부적으로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하지만 외부의 대상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소규모 금융회사가 AI를 활용해 한강 위 공중 축구장을 건설하는 최적의 기획, 설계, 견적 및 기술을 제시한다면 기존의 건설기업은 퇴출될 수도 있다. 주택을 건설하는 기업보다 가전제품을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기업이 주거공간에 대한 정보를 더 방대하고 실질적으로 보유하게 된다면 건설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주택 건설에서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다. 현재와 미래에 당면할 문제를 해결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제해결 능력은 타고나지 않는다. 망치 하나 없이 알몸으로 태어난다. 얼마나 많은 문제에 얼마나 난감하게 부딪혀서 얼마나 해결을 시도해 보았느냐에 따라 내공의 깊이가 달라진다. 건설업계는 현장에 젊은 인력이 없다고 넋두리를 쏟아내지만 이 문제 또한 건설업계가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이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건설산업이 천덕꾸러기로 내몰리지 않으려면 사회경제 여건과 기업 내 경영 여건의 가변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의 인재를 영입하거나 육성하는 전략적 선택과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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