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선정됐다. 주민 공동시설 건설 등 직접적인 비용만 매년 2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창신동 재생사업에 투입돼 산마루 놀이터나 채석장 전망대,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등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재생사업이 모두 마무리된 현재 주민 대부분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주민 A씨는 “국회의원이나 외부 사람들이 방문할 때에는 산마루 놀이터나 채석장 전망대만 간다”며 “그런데 바로 옆 골목으로만 들어가 봐도 낡은 주택과 계단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창신동 주민들은 최근 정부가 모집하고 있는 ‘공공재개발’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뉴타운을 대거 해제한 후 대안으로 도시재생이 등판한 지도 5년이 지났다. 그동안 도시재생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도 떠올라 주요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일자리 창출과 주민 소득을 높이는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데 방점을 뒀다. 매년 10조원씩 5년간(2017∼2021년) 모두 50조원을 투자할 방침으로, 소요예산만 4대강 사업 22조원의 두 배를 넘는다.

하지만 최근 도시재생의 중간 결과를 점검하면 생각보다 실효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서울연구원에서 발간한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건축규제완화 실효성 제고방안’ 보고서를 보면 장안평, 창동·상계, 세운상가 등 1단계 도시재생활성화구역으로 지정된 13곳에서 지난 5년간 신축된 건물 비율은 4.1%였다. 서울의 일반 저층 주거지(6.1%)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경우 노후화된 건축물 정비를 위해 용적률, 건폐율, 주차장 설치, 건축물 높이 등의 건축규제 완화 특례가 있지만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일반 주거지를 제외한 대도시 위주의 도시재생 사업도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민간참여 도시재생 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7년 선정된 경제기반형·중심시가지형을 분석한 결과, 28개 사업 중 14개(50%)가 민간투자 없이 공공 재원만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경제기반형 등 사업이 도시재생에서 그나마 민간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원주민의 ‘둥지내몰림’ 등 부작용이 지적되는 대규모 재개발을 대체할 수 있는 카드로 야심차게 출발했던 도시재생이 왜 이런 결과를 내게 됐을까. 아마도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출발한 지점의 ‘잘못된 인식’이 아닐까 싶다. ‘개발은 도시재생이 아니다’ ‘도시재생은 공공성을 우선해야 하고, 수익성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기존 도시재생 사업이 소방차가 못 들어가는 좁은 골목은 그대로 두고 벽화만 그린 채 끝난다는 비아냥을 듣는 가장 큰 이유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요소는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지역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보여줘야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은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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