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간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계약에서 정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이 경과했더라도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해 채무불이행책임을 묻는 것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판례가 나왔습니다.

최근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은, 도급계약인 잠수함 건조계약에 따라 완성된 잠수함의 추진전동기에 이상소음이 발생한 사안에서 ‘계약특수조건에서 정한 하자보수보증기간이 지났더라도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은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 수급인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무과실책임이며, 채무불이행책임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과실책임으로, 양자는 별개의 권원에 의해 경합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입니다.

도급계약에 따라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이 경합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우리 법원의 일관적 태도입니다. 목적물의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은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에서 말하는 손해에 해당함과 동시에 채무불이행책임에서 말하는 손해에도 해당하므로, 도급인은 하자보수비용을 민법 제667조 제2항에 따라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고,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 2020다201156 판결에서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며, ‘하자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에 관하여 민법 제667조 제2항에 따른 하자담보책임만이 성립하고 민법 제390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계약특수조건의 하자보수보증기간이 지난 이상 채무불이행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수급인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공사도급계약에 관한 사례는 아니었지만, 도급계약에 관한 일반적 내용을 설시하고 있는 만큼 공사도급계약에서도 위 판결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하자담보책임 법리 주장과 채무불이행 책임 법리 주장이 혼재돼 있던 다른 사안에서도, 대법원은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때에는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한 민법 제669조 본문은 하자담보책임에만 적용되고, 민법 제390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양자가 서로 다른 권원에 따른 별개의 책임으로서 다른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9다268252 판결).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은 일견 유사해 보이지만 각각 전혀 다른 법리가 적용되므로, 구체적 분쟁발생상황에서는 각각 주장하는 권원에 따라 적절한 법리로써 대응해야 한다는 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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