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시즌’으로 기록될 것 같다. 2006년 부동산 관련 각종 집계가 시작된 이래 두 달 연속 주택매매거래가 10만건을 돌파한 건 올해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상승에 불안감을 느낀 30대들이 영혼까지 끌어와 집을 산다는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고, 주식시장에서나 들었을법한 ‘패닉 바잉’이란 말이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도 낯설지 않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초기 때 집값은 큰 이슈도 못됐다. 문 대통령의 대선 주택공약의 골자는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 주거부담을 낮추는 쪽이었지 집값을 잡기 위한 묘책을 선보인 게 아니었다.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과는 엄연히 괴리가 있다. 그럴만한 돈도, 땅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독 진보정권에 특히 집값이 폭등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보수정권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볼 필요가 있다.

등록임대주택을 늘린다는 이유로 세제혜택을 크게 늘린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이론적으로’ 등록임대주택 정책은 훌륭하다. 길게는 8년 이상 장기적으로 임대를 놓는 주택을 민간 차원에서 양성해 주거안정을 꾀한다는 것인데, 정부가 공공주택을 한꺼번에 확충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이었을 때 이야기다. 시장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그간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에 다주택을 망설이던 수요층이 등록임대로 몰려들었다. 국토교통부는 매월 “등록임대가 000채 신규로 늘었다”고 치적을 홍보하기 바빴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 이면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민간 차원의 임대주택이 늘었을진 몰라도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아파트의 경우 6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매해 장기등록임대로 묶으면 종부세 합산배제에서 해당 아파트가 제외돼 중과세를 면할 수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안다는 이 혜택을 따라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의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강남권의 부동산에서는 “6억원 이하에 사서 (임대로) 묶으세요”가 유행어였다. 8년 이상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면서도 세부담 없이 부동산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장기우량투자상품이 된 것이다.

등록임대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2018년 수치를 보면 나온다. 서울의 경우 이 한 해 동안만 3만2000여가구가 넘는 등록임대주택(매입형)이 신규로 합산배제 혜택 대상으로 들어왔다. 같은 기간 건설형임대, 기존 등록임대 등은 모두 합산배제 대상 주택이 2017년보다 줄었다. 세제혜택을 바라고 투기목적으로 집을 사들인 뒤 등록임대로 묶은 사례가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등록임대의 약 70%는 아파트임을 감안하면 2018년에만 서울에서 2만1000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시장에서 증발한 셈이다. 이는 연간 서울에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 숫자에 버금가는 양이다.

정부가 기대했던 주거안정 효과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본래 전·월세값은 주택값과 연동되는 탓이다. 지금 전셋값은 몇 주 연속 상승했는지 헤아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등록임대를 사실상 폐지했지만 이미 늦었다. 내년 6월 종부세 인상을 앞두고 연말쯤부터 ‘절세 매물’이 쏟아지는 등 집값 하락신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부동산 시장은 수습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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