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졸업식에서 박수갈채를 받으며 등장한 대학 중퇴자인 스티븐 잡스는 하나하나의 점들의 연결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학을 중퇴한 후 리드칼리지의 서체학에 매료돼 서체 수업을 들었다. 당시 그는 이 공부가 본인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과학적 방식으로 따라 하기 힘든 예술적 아름다움에 반해서 몰입한 경험은 10년 후 매킨토시를 구상할 때 그 아름다운 서체의 기능을 모두 집어넣게 된다.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돌이켜 보면 현재 우리가 접하고 쌓아가는 경험, 그 점들은 반드시 어떠한 결과의 바탕이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노력하는 부분들이 미래에 어떻게 연결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노력과 경험이 미래와 어떻게든 연결되고, 또한 전혀 관계가 없다고 느껴지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경험들이 자신이 가진 전문분야와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메시지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전 세계가 사랑하고 열광했던 천재 뮤지션 퀸의 프레디 머큐리. 오페라를 사랑하기도 했던 가수인 머큐리는 록과 오페라를 크로스오버한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명곡을 만들어 냈다. 그러한 곡을 만들 수 있었던 근간에는 오페라를 사랑하게 됐던 유년시절의 합창단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문명이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다. 어느 때보다 문화와 생활방식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분야도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기능 간 융합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문, 사회, 예술, 공학 등의 기능적 분업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 중에서 99%의 노력이 좀 더 중요하다고 교육을 받았지만, 지금의 시대 나아가 앞으로의 세대에게는 자신만의 1% 영감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변화하는 분위기에 따라 영감을 얻기 위한 다양한 경험의 축적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엔지니어링 산업에도 이런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동시에 타 분야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다른 사회적 기능 간의 융합에 대해서도 소홀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공대생을 가리켜 ‘공돌이답다’라는 말이 많이 회자된 이유이기도 하다.

현 시대에는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분야를 경험하고 몰두하는 많은 부분들이 자신만의 창의성과 차별성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시기다.

물론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건은 자신의 전문영역만큼은 노력을 통해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점과 점의 연결에서 중심좌표는 늘 필요하기 때문이다.

융합의 시대에는 다양한 사회의 기능과 학문 분야의 연결이 강조되고 네트워크와 스마트 기술이 보편화된다. 자신이 가진 전문분야를 기반으로 타 분야나 기능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더불어 기회가 주어질 때 다양한 경험과 노력을 통해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과거 본인들의 전문분야에 다른 경험들을 융합해서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엔지니어링은 한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 점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엔지니어링의 특정 분야에 집착하지 않고,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인식하려는 노력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은 기능 간 경계를 뛰어넘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해야 하는 시대이다. /고등기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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