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4주년 특집 - 전문건설 세대교체 이끌 주역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면서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도 끝나 건설물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요. 생존을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해외시장 개척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제 ‘내가 해 봤는데’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마인드를 벗어나야 해요. 현장에서 여전히 이런 말들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기존의 공사 운영 방식 관성을 벗어나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을 거예요”

“특허공법 등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건설만의 경험을 데이터화해 이를 축적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의 방법이라 생각해요. 이제 현장 짬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찰 등에 나서야 앞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봐요”

“당분간 생존의 관건은 코로나19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냐가 될 거 같아요. 많은 업체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력에 의지하고 있는데 최근엔 필수인력 채우기도 쉽지 않아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건설업계에도 어느새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향후 건설업계의 10~20년을 책임질 미래 주역들을 만나 현재 건설업이 겪고 있는 변화와 어려움 그리고 그들이 꿈꾸고, 만들어가고 싶은 전문건설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Q. 어느새 현장에서 10년 이상씩 경력을 쌓으시면서 업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건설업에 몸담게 된 계기는?

정화순 광제건설(주) 현장소장 “후세에 기념비적인 건물 또는 목적물을 만들어 남기는 것도 좋은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건설에 몸담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네요”

이두왕 한석기업 이사 “유년시절부터 서울의 63빌딩이나 해운대 아이파크 주상복합 같은 멋진 건물들을 접해 오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런 관심이 직업으로도 연결된 거 같아요”

배용철 에스에이치엠앤씨(주) 부장 “사실 거창하게 포부나 미래를 보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사회에 나갈 시기가 돼서 무작정 뛰어들었죠.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다는 책임감이 생겨서 기술사도 취득하고 관련학과 석사학위도 받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권여울 ㈜현디자인 현장소장 “TV에서 안토니 가우디 다큐멘터리를 감명 깊게 본 후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런데 더 크게 제가 이 일에 매달리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2013년 여름, 조경설계회사에 근무하고 있을 당시 보게 된 ‘건설현장 첫 여성 소장 현대산업개발 박정화 부장’ 관련 기사였어요. 그걸 보고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 설계 쪽에서 시공 쪽으로 옮겨 10년째 일하고 있네요”

Q. 그간 건설업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어왔는데 본인이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이두왕 이사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변화가 가장 큰 거 같아요. 뉴스에서 가끔 건설현장 안전문제에 대해 나오기도 하지만 제가 처음 일할 때와 비교해서는 정말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정말 일부 업체들은 시늉만 했었는데 현재는 철저히 지키려고 많이들 노력하세요”

배용철 부장 “세대교체가 가장 큰 변화인 거 같아요. 원도급사의 감독관들도 과거보다 많이 젊어진 것 같고 우리 하도급업체들도 젊은 소장님들이 부쩍 늘어난거 같아요. 이런 변화를 보면 세대교체가 이뤄지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 선배님들에게 잘 배워 좋은 인력들이 건설업을 함께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권여울 소장 “원도급사들이 하도급사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고 느껴요. 예로, 과거에는 돌관공사비를 정산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최근에는 업체의 노고를 인정하고 요구를 수렴해 주는 방향으로 가는거 같아요. 과거와 비교해 보면 갑을 관계에서 비롯됐던 여러 문제들이 조금씩 개선되는 것 같다고 느껴요”

정화순 소장 “사실 큰 변화를 느끼진 못해요. 각종 소프트웨어 발달로 행정업무가 좀 편해진 거 말고는. 그래서 변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장에서 세대교체 흐름이 느껴지는데 이를 통해 그간의 고착된 운영방식을 벗고 새로운 도전들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Q.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건설현장에서도 많은 변화를 겪고 계실 거 같은데, 어떤 어려움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계신지?

권여울 소장 “건설현장은 현재 외국인 노동력에 의지하는 실정이라 입출국 내역에 따라 투입가능 여부가 결정되거든요. 엄한 기준을 두는 현장은 한 달 내에 출국기록이 있으면 작업을 금지시키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리고 2주 자가격리 기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일을 못하게 했기 때문에 필요인력의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날도 있었어요. 열 체크와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을 강화해 현장관리를 하고 있지만 더 장기화될 경우 사실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에요”

정화순 소장 “저희도 방역작업에 힘쓰는 등 기본에 충실히 대응 중이에요. 더 나가 복합공종의 경우 최대한 중복작업을 피하고 식사 시간이나 참을 먹는 시간도 쪼개서 관리 중이에요. 하지만 건설은 재택근무가 불가한 직종이라 말씀드린 방법대로 대면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에요. 다만 이는 추후 원가 상승과 공기 지연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손실을 현실화해 두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배용철 부장 “저희도 기존 방역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로 신규 건설산업이 대폭 줄어 사업의 다양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주력 분야를 토공에서 시설물, 포장공사, 실내건축업 등으로 확대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핵심인력들도 키우는 중인데 빠른 미래에는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Q. 앞으로 전문건설업계를 이끌어 나갈 장본인으로서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정화순 소장 “업계와 우리 회사의 원가관리 능력 향상을 위해 힘쓰고 싶어요. 막연한 경험치에 의존해 ‘내가 해봤는데’와 같은 단순 투입비 검토 수준으로 원가를 관리하는 것은 결국 기업을 성장시키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껏 해왔던 일을 반복하는 행위를 벗어나 진정으로 현장의 관리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달까. 이를 위해 저는 새로운 개념의 관리 기법을 만들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문건설업을 만들어가는 데 힘써보려고 해요.

배용철 부장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신규물량은 갈수록 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건설업체들도 사업의 다양화가 필요해 보여요. 저는 우리 업체 그리고 더 나아가 업계가 이런 측면에서 유지관리에 대한 사업확장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새로 짓는 건축물보다 유지하고 관리해야 될 것들이 늘어날 거라 생각해서요. 이런 맥락에서 조금 더 업계와 업체 미래를 위해 고민해봐야 할 거 같아요”

이두왕 이사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 이상이고 건설업은 사양 산업으로서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체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의 개척과 공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만의 강점을 더욱 강화해 나가면 우리 업체와 업계가 더 건강해질 거라 믿어요”

권여울 소장 “옷, 가방, 시계, 향수 하물며 펜에도 명품이 존재하는데 왜 시설물엔 명품이 없을까요? 왜 공간엔 명품이 없을까요? 일시적 상품화가 아닌 공간 자체를 브랜드화하면 명품으로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이런 고민을 많이 해요. 우리 업체뿐만 아니라 업계가 함께 고민해서 그저 짓는 데에만 그치지 말고 우리도 명품을 만들어내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 ‘전문건설업체에서도 일하고 싶다’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겨나길 희망하고 우리 회사부터 그렇게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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