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환경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귀책사유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해 특별법 중에는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다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토양환경보전법(제10조의 3),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제5조), 원자력손해배상법(제3조), 광업법(제75조), 수산업법(제82조) 등입니다.

환경정책의 기본 사항을 정해 환경오염과 환경훼손을 예방하고 환경을 적정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보전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환경정책기본법 역시 무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제44조).

구체적으로는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1항),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자가 둘 이상인 경우에 어느 원인자에 의하여 제1항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 것인지를 알 수 없을 때에는 각 원인자가 연대하여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어, 민법 등과 달리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은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 규정의 특별규정이므로 환경오염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자가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해 손해배상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민법에 우선해 환경정책기본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변론종결 시까지 당사자 사이에서 건축주인 피고 A가 공사의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해 중대한 과실이 있거나, 피고 B를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함에 따른 사용자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만 다투어졌을 뿐, 피고 A가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한 책임을 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고 원심도 그에 대해 피고 A에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한 적이 없음에도 원심이 피고 A에 대해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예상외의 재판으로서 당사자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50338).

위 대법원 판결은 민사소송의 대원칙인 변론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타당해 보입니다. 만약 재판 과정에서 환경정책기본법의 적용이 전혀 쟁점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적용이 배제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환경오염이나 환경훼손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 당사자들로서는 무과실책임이라는 중요한 효과를 부여하는 환경정책기본법의 적용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겠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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