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6조7000억여원으로 역대 최고액으로 편성됐다. 올해 23조2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SOC 예산은 2015년 24조8000억원, 2016년 23조7000억원(전년 대비 -4.4%), 2017년 22조1000억원(-6.8%), 2018년 19조원(-14.0%)으로 3년 연속 감소했었다. 이후 지난해 19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고, 올해는 전년대비 17% 넘게 증가한 23조2000억원이었다.

내년 SOC 예산이 늘어난 것은 올해 유례없었던 장마와 폭우, 미세먼지 등 급격한 기후변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악화된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이러한 위기 상황 해소를 위해 신규 일자리 창출과 경기 진작에 큰 영향을 주는 SOC 예산 증액에 적극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예산에는 지방의료원 확충, 그린 리모델링 등 간접적인 건설 관련 사업 예산이 포함됐지만 건설기업에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임대주택 건설, 교통 관련 인프라 항목 예산이 기존보다 많이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도로와 토목 등 직접적인 건설예산 증가가 특히 눈에 띄었다. 도로예산은 올해보다 1481억원, 철도예산은 2901억원 증액됐다. 도로예산의 경우 서울∼세종 고속도로(243억원), 대구순환고속도로(88억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50억원), 당진~천안 고속도로(20억원) 등의 건설 사업비가 증액됐다. 철도는 도담~영천 복선전철 건설(140억원),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130억원), 호남고속철도 2단계(광주~목포) 건설(120억원), 포항~삼척 철도 건설(70억원) 등도 많이 늘었다.

다만 내년 SOC 예산 중 실제 집행까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예산도 포함돼 실제 집행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기존 김해공항 백지화·경제성 논란을 부른 ‘가덕도 신공항’ 관련 예산 연구용역비 20억원, ‘세종 행정수도’ 관련 국회 세종의사당(가칭) 건립 예산 127억원 등이 그것이다. 신공항 예산은 정치적 논란, 세종의사당은 법 개정 등의 고개를 넘어야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SOC 예산 등 건설 관련 투자예산은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다. 고용과 소비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하부 토대 구축 예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OC 투자의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예산 조기 집행이 필수다. 정부도 건설 관련 예산은 조기에 집행하는 것이 경제 회복에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내년 예산 72.4%가량을 상반기에 쓴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예산 조기 집행률이 기대에 못 미쳤듯이 내년에도 실제로 SOC 예산이 조속히 집행돼 목표치를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SOC 예산의 특성상 실제 현장에서 집행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항목별 예산 배정과 지역 및 분야별 분배, 입찰 방법 선정 및 낙찰자 확정 등 사전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실제 SOC 예산은 매년 7000억~8000억원가량이 집행되지 못한 채 다음 해로 이월되거나 삭감된다는 게 건설업계의 추산이다. 이에 따라 정부 예산안 확정 이후 예산 적재적소 분배 문제가 2개월 이내에 끝나지 않을 경우 SOC 예산 상반기 조기 집행률 70% 이상 달성은 쉽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정부가 철저한 준비를 거쳐 연초부터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에 코로나 팬데믹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SOC 예산 조기 집행을 적극 독려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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