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을 요약하는 단어는 ‘스트레스풀(Stressful)’이다. 시장은 시장대로, 또 시장의 불길을 잡으려는 정부는 정부대로 짜증나는 상황이다.

정부는 연초만 해도 집값과의 전쟁에서 곧 승기를 잡을 듯 기세등등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금지’라는 초유의 승부수를 띄운 작년 12·16 대책으로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시장이 예상할 겨를도 없이 전격 발표된 12·16 대책의 충격파는 상당했다.

하지만 시장의 역공은 예상 외로 무서웠다. 서울을 누르면 수도권이 뛰고, 수도권을 누르면 지방이 튀는 식의 ‘풍선효과’가 반복되면서 매수세가 전국을 순환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올해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은 11월까지 4.42% 상승(한국감정원 집계)해 2011년(6.14%)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정부의 육탄방어도 처절했다. 2월20일 경기도 수원과 안양, 의왕 등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는데도 풍선효과가 그치지 않자 6·17 대책을 내놓고 수도권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버렸다.

하지만 역풍이 더 컸다. 수도권 비인기 지역도 무차별적으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고 서민층이 이용하는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들여 직접 부동산 추가 대책을 주문했고, 그 결과 7·10 대책과 8·4 공급대책이 나왔다. 그럼에도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고 지방으로 퍼지자 정부는 최근엔 지방 소도시를 포함한 전국 37곳을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한 상황이다. 정부의 대책이 나오면 나올수록 뭔가 더 꼬이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전세시장은 어떨까. 상반기까지 안정적이었던 주택임대차 시장은 8월 이후 전세가 품귀를 빚으며 급격히 불안해졌다. 11월까지 전국 전셋값은 3.60% 올라 2015년(4.5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전세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이었다. 두 제도의 근간이 되는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지 않은 채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대승의 기세를 몰아 법 개정을 강행하자 임대차 시장은 본격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새 임대차법이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고 ‘로또’가 된 아파트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까지 임대차 시장에 남아있으면서 전세 물건은 급감했다. 여기에 2년에 5% 이내로만 보증금을 올릴 수 있게 되자 집주인들이 미리 보증금을 올리면서 수도권에서 한두 달 만에 억 단위로 오른 단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급기야 정부가 11월19일 전세 대책까지 발표했지만 다세대주택 위주의 정책이다 보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더 크다.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집주인도 임차인도 모두 행복하지 않다’, ‘모든 국민이 부동산 전문가가 됐다’는 자조섞인 말이 난무한다.
지난 23일 국회에선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꼬일 대로 꼬인 시장을 변 후보자가 풀 수 있을까. 많은 국민들이 지쳐 있는 지금,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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